산후조리원 마지막 밤
약 8년 전 서울로 취업을 성공해서 첫 출근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을 때가 생각난다. 간단한 캐리어를 들고 어둑한 밤 합정역 구석 진곳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의 설렘과 떨림 그리고 마음가짐을 간단히 일기에 적었었다. 그 글귀를 지금도 갖고 있다. 이사 갈 때마다 가끔 읽지만 읽을 때마다 그때의 감정이 떠오른다. 그땐 참 꿈이 많았었다.
오늘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만큼이나 오늘이 특별한 마지막 밤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이면 길고 길었던 산후조리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혼자가 아닌 이 세상에 나만 믿고 태어난 아기와 함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서울 상경했을 때만큼 긴장감이 든다. 그래서 그때처럼 지금도 새로운 마음가짐을 위해 글이 쓰고 싶어 졌다.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일이면 리얼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이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누구나 다 겪는 거일 텐데 참 어려운 감정이 몰아친다. 괜히 맘 카페를 계속 기웃거리고 누군가에게 해답을 얻기 위해 의지하고 싶어 진다.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계속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하게 된다. 모르겠다. 잘하자는 말과 파이팅이라는 응원도 무색하다. 이 끝없는 장기 레이스를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감조차 없다. 정말 겪어봐야 답이 나올 것만 같다. 그저 부탁만 하게 된다.
이나야,
내일 우리 같이 겪어보는 처음을 함께 잘 겪어보자.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