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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Mar 18. 2024

딸을 믿지 못하는 못난 아빠

선택과 집중; 과학탐구를 버리다

'선택과 집중'.  

모든 요소에 힘을 균등 배분하는 대신, 중요사항을 선택하여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전략을 뜻한다.


성공하면 적은 자원으로도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아무것도 손에 남지 않는 완벽한 실패가 될 수 있다. 위험천만하지만 그만큼 효과적이다.  


‘선택과 집중’은 경제용어로 처음 알려졌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도 널리 쓰인다. 대입 수험생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 번쯤은 이 전략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때가 온다. 특히 수능시험을 앞둔 시점에서.


의약계열 진학을 목표로 수시 입시를 준비하던 딸은 3학년 2학기가 되니 마음이 급해졌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에 학교 내신에만 집중했던 때와 달랐다.


딸의 지원학교가 요구한 최저 학력기준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탐구(2과목) 중 ‘4합 6등급’부터 ‘3합 6등급‘ 이내까지 다양했다. 의대, 치대, 약대 순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높았다.


수능을 두 달여 남짓 앞둔 어느 날, 딸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내신도 챙겨야 하는데, 국, 영, 수, 생명과학, 화학까지 수능준비 때문에 너무 힘들어.”  


큰 내색 없이 입시를 준비하던 딸이 불쑥 말을 꺼냈다. 온 가족이 모인 식사자리에서다. 아무래도 내신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다 보니 과부하가 온 듯했다.  


“괜찮아. 조금만 더 참아. 할 수 있어.” 안쓰러운 듯 아내가 딸을 달랬다.  

“응. 그래야지.” 고개를 떨구며 답하는 딸. 하지만 여전히 의기소침해 보였다.  


이때 영웅심리가 발동했다.

'해결사로서 아빠의 혜안을 보여줘야지.'

“과학 한 과목을 포기하는 건 어때?” 나는 힘주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4합 6등급 이내를 요구하는 학교에서는 과학 두 과목 중 한 과목만 반영했으며, 다른 지원 학교는 모두 3합이었다.


즉, 과학 한 과목에서 최저 등급을 받아도 나머지 과목에서 원하는 등급을 받으면 입시 성공이라는 계산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훌륭한 전략이라며 내심 으쓱했다. 


두 여인의 반응을 살펴보기 무섭게 모녀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아빠, 무슨 소리야. 아직 시간 남았어. 왜 벌써부터 포기하라는 거야?”

“지금 제정신이야? 수능 과목을 포기하라니. 애아빠 맞아?”

딸의 선공을 아내가 이어받아 화력을 키워 쏘아붙였다.  


'어라, 이게 아닌데'

성급했다.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두 모녀는 '한 과목 포기'에 방점을 찍고 씩씩댔다. 마치 '1+1 상품'에서 '+1'을 못 받은 것처럼. 나는 순식간에 딸을 믿지 못하는 못난 아빠가 되어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한 과목 포기, 아니 한 과목 '버리기'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자신 없는 화학을 버렸을 때를 가정하여, 각 과목별 예상 등급으로 경우의 수를 들어 합격 가능성 예시도 들었다.


설명을 다 들은 후에도 두 모녀는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딸이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딸이 또 한 번 불쑥 말을 꺼냈다.

“아빠, 생명과학도 마저 버릴까?”


그렇게 딸은 과학탐구 두 과목 모두를 내려놓았다. 대신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에 매진했다. 불확실성 대신 확실성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은 주효했고, 딸은 목표 2순위인 치의예과에 진학했다. 딸의 과학탐구 성적은 평균 7등급이었다.


대학 입학 후 아내와 딸은 종종 얘기한다.

과학탐구를 버리고 국, 영, 수에 집중하길 잘했다고.

그럼 나는 답한다.

선구자의 삶이 어떤지 그때 느꼈다고.

다수의 핍박을 받으며 옳은 길을 고수하는 일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그럴 때면 우리 가족 모두 웃음보가 터진다.



국어, 영어, 수학, 탐구과목 중 일부 과목을 버리고 세 과목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은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경우 고려해 볼 만할 거라 생각합니다.


정시가 아닌 수시로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1. 내신과 수능을 모두 준비하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과목에 유독 어려움을 느낄 때 2. 수능까지 시간이 촉박하여 불확실한 과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판단될 때

3. 확고한 1등급 획득이 불확실하기에 나머지 과목에도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때

4. 현실적으로 획득 가능한 나머지 과목의 등급 합이 지원학교의 최저 학력기준에 부합할 때


지원학교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과목별 예상 등급을 꼼꼼히 분석하셔야 '선택과 집중' 전략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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