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찾기 노하우
가끔 드라마에서 어린아이의 손을 사람이 많은 시장에서 놓친 후 찾아다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정신없이 찾다 보니 신발이 벗겨지거나 발에서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찾아 헤매는데 까망이를 잃어버리기 전엔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 놓여보니 내가 꼭 그 꼴이었다. 용왕산 산책로와 근처 풀숲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팔다리는 가을 모기 자국으로 초토화되었고 패션 따윈 안중에 없이 항상 트레이닝복과 모자, 선글라스를 하고 배낭에 전단지와 청테이프 그리고 얼음물을 넣어 매고 다녔다. 이 전쟁 같았던 잃어버린 반려견 찾기 노하우를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반려견을 잃어버리는 순간 견주는 대부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반려견을 크게 부르거나 쫓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까망이 처럼 겁이 많고 경계가 심한 아이들은 그 소리와 행동에 놀란 나머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차분해지기란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시야에서 사라진 반려견을 찾으려면 최대한 많은 눈이 필요하다. 한 곳에 숨어있을 수도 있지만 패닉 상태에 빠진 아이들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행방을 알려줄 눈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전단지 작업이다. 까망이는 행동하는 동물사랑(단체)에서 이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던 아이 었다. 그래서인지 잃어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주셨고 바로 전단지까지 제작해서 퀵으로 배송해주셨다. 일단 마지막 목격장소 근처에서 당일부터 전단지 작업을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전단지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오는 분들이 전단지와 청테이프를 수령해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근처의 교회에서 입구에 비치해두는 것을 허락해주셨고 24시간 언제든 누구나 와서 원하는 만큼 전단지를 가져가서 작업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까망이 제보가 들어오면서 전단지 작업의 위치는 수시로 수정되었다. 처음엔 용왕산 내부와 근교 위주였지만 점차 목동 아파트 단지들과 안양천 산책로 주변으로 확대되었다. 그렇게 까망이를 찾기 위한 전단지는 약 5천 장 제작되었고 나중에 세어보니 3천 장 이상 사용했었다. 이 정도면 서울 서남부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내 핸드폰 번호가 공개된 것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최근에 광고전화가 자주 온다.
전단지 작업 외에도 포인핸드, 인스타그램과 당근마켓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도 소식을 수시로 전했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바로 공개 계정으로 바꾼 후 수시로 까망이 구조 소식을 업데이트했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수시로 답변을 확인했고 보다 확실하게 까망이의 특성을 전달하기 위해 블로그 페이지도 개설했다. 개인 SNS의 힘은 정말 컸다. 까망이 소식은 계속해서 공유되었고 일반인뿐만 아니라 기자, 연예인들까지 관심을 가져주면서 까망이 찾기에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근마켓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의 효과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실제로 결정적인 제보중 반절은 당근마켓을 통해서 들어왔다. 인스타그램이 소식을 공유하는 방법이라면 실질적인 제보는 당근마켓을 통해 들어온 것이다. 지난겨울에 팡구(진짜 이름은 초코. 팡구는 우리가 지어준 이름)라는 강아지가 집을 뛰쳐나와 돌아다니는 것을 영옥이와 산책 중에 발견하여 하룻밤 보호했었다. 그때도 당근마켓을 통해 하루 만에 보호자를 찾을 수 있었다. 최근에도 지인이 산책 중 발견한 아이의 보호자를 3일 만에 찾았는데, 견주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주변에서 당근마켓 제보를 보고 소식을 전달해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가 활용하는 지역 플랫폼은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는데 필수적이다.
다음은 전문가의 도움이다. 콜링(Calling)이 되는 반려견이 아닌 까망이와 같이 경계가 심한 아이는 막힌 공간이 아닌 이상 절대 다가가서 잡을 수 없다. 무리해서 잡으려다가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이가 그 지역을 벗어나서 다른 곳에 정착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처음 제보 위치인 경인초등학교 앞에서 까망이를 놓친 후 우리는 바로 전문 구조팀인 '리버스'에 연락했다. 다행히 지인이 리버스 팀을 잘 알고 있었고 이미 TV동물농장팀과 여러 차례 작업을 진행한 전문가들이었기에 믿고 따르기로 했다. 구조팀은 우리에게 까망이의 최초 구조 이야기와 까망이 성격 그리고 영옥이와 관계 등 여러 가지 정보를 상세히 물어봤다. 그리고 우리에게 절대 잡으려 하지 말고 위치만 파악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까망이 같은 성격의 아이는 한 곳에 정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을 벗어나지 않도록 사료와 물을 지속적으로 보충하고 정착한 것으로 판단될 때 구조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 과정이 모든 견주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일 것이다. 눈앞에 왔다 갔다 하고 어딘가에서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데 그대로 두고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밤새 잘 잤을까 아침 새벽에 달려가 물그릇 밥그릇을 확인하고 저녁에 또 두고 오는 일상이 심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까망이가 정착하게 되니 이후 구조작업은 정말 순식간에 끝날 수 있었다. 우리가 조언을 끝까지 잘 따르고 잘 준비했기에 주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구조될 수 있었다고 구조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외에도 최근엔 각종 첨단 장비를 활용한 구조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까망이와 비슷한 시기에 한강의 뚝섬 공원에서 손을 놓쳤던 단체의 한 아이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위치를 탐색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 구조팀과 협력은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절박한 견주의 마음을 이용한 허위광고 및 사기행위에 노출될 수 있으니 구조팀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견주의 마음이다. 잃어버린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소식을 공유하고 찾아다니는 견주들이 많다. 하지만 시간을 핑계로 경제적인 이유로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인식칩을 통해 확인된 견주가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까망이를 잃어버린 후 몇몇 지인들은 "인연이 여기까지였나 보다."라며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구청과 소방서에 로드킬로 수거된 개의 사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하면서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놓지 않았다. 이런 간절함 조차 없다면 가족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