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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희 소장 Mar 25. 2023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내 마음 알기

아무리 다독여도 불쾌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 마음 알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6개월이 지났는데도 밤마다 눈물이 나고, 눈앞에 닥친 졸업논문은 손도 못 대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며 찾아온 20대 여성이 있었다. 그녀가 헤어진 사람과 사귄 기간은 2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자신이 너무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외국에서도 혼자 씩씩하게 잘 살아왔는데 도대체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힘든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이 힘든데 왜 힘든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 사회초년생이었던 그는 취업을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서 경제적인 독립도 했는데 얼마 전부터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청년도 있었다. 


마음 안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살아 움직인다. 사랑이나 감사, 기쁨, 만족감등과 같은 긍정적 감정들이 마음 안에서 움직일 때는 행복감을 느끼며 삶이 충만해진다. 그리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마음에 의문을 갖지도 않고 그런 자신에 대해 반성하지도 않는다. 


우울이나 좌절, 분노, 실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느껴질 때는 마음 안이 불편해진다. 머리를 흔들면 아닐 거야 하고 생각해도 자꾸만 마음의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많은 분들이 한 번쯤은 경험하셨을법한 이야기를 해보자.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나서 즐겁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속에서 저절로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분명 내가 의도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기 시작했다.


 ‘오버해석하지 말아야지, 개가 그럴 리가 없어’라고 아무리 다독여도 불쾌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꾸 친구가 했던 말과 장면이 속상한 감정과 함께 살아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의식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내 마음인 것이다.        




마음이 날 사로잡았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이야기이다. 좌석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에 가던 중이었다. 내릴 정류장이 되어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저 내릴 건데 비켜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저도 내려요’하며 비켜주질 않는다. 버스에서 좀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편인데 나갈 수가 없으니까 화가 났다.


 머릿속에선 ‘지가 뭔데 안 비켜주나?’부터 ‘이걸 말을 해? 말어?’등 온갖 소리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얘기했다가 싸움이 나면 어떡하지?’ ‘기다리는 게 맞는 건가?’ 등등. 그러나 결국은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옆자리 사람이 일어나고 나서야 나도 따라 내렸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친구들은 반가워서 난리인데 난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그 사람과 용쓰며 싸우고 있었다.      


마음이 개운치 않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게 하는 이들의 특성은 의식의 영역에서 소화되지 못한 마음들이다. 이들을 심리학적 용어로 말하면 그림자, 무의식, 억압된 마음 등으로 칭한다. 말하지 못하고 참아야 했던 이유는 너무나 많다. 체면 때문에, 이기적인 사람으로 볼까 봐, 싸움이 나면 힘들까 봐, 좋았던 기분이 상할까 봐 억압한 것이다. 


현실에서 드러나는 현상으로는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마음이 과거에 머물러서 현재에 살지 못하게 한다. 통제되지 않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낮에 있었던 과거에 머물게 한다. 즉 현재에 살지 못하게 한다. 나의 의식에서 소화되지 못한(옆자리 사람에게 화가 났던) 마음은 시간이 흐르면서 의식의 저편으로 가라앉는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일에 속상했던 마음은 그렇게 무의식의 영역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억압된 감정덩어리는 심리적 에너지를 안고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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