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 티켓팅은 단독 콘서트 티켓팅보다 쉽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아이돌이 총동원되는데 왜? 그 이유는 바로 라인업~!
처음부터 라인업을 공개하는 시상식의 티켓팅은 당연히 하늘에 별따기. 그러나 상당히 많은 시상식들이 행사 하루 이틀 전까지도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는다. 덕후들이 지칭하는 '우리 애들'이 나오면 티켓은 금값이 되지만, 응원하는 아이돌이 라인업에서 빠진 경우 시상식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시상식 라인업 발표 이후에는 생각보다 양도 표가 많이 나온다. 기회는 이때라고 여기며 폭리를 취하는 이들도 있지만, 팬들 간에 교류하는 트위터에는 본래 가격으로 양도하는 '천사'들도 많다.
실제로 그녀의 덕질 라이프에 광명을 하사한 것도 이러한 '양도'였다. 2017년 입덕 한 이후, 그저 소소한 굿즈나 모으며 살아가던 그녀의 덕질 인생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트친(트위터 친구)으로부터 시상식 티켓을 양도받은 것이다.
아직도 2019년 1월의 기억이 선명하다. 아직 혼자서 지하철조차 제대로 타본 일이 없는 그녀가, 무려 10시가 넘어야 끝나는 시상식을 가겠다 하니 근심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시상식에 잘 도착했는지 전전긍긍, 혹시나 밥을 굶지는 않을지 전전긍긍. 싫다는 그녀에게 컵밥과 물까지 들려 보내고 1시간 간격으로 위치까지 체크했던 나는, 확실히 과잉보호의 대명사였다.
덕질 라이프 3년 차. 이제 시상식쯤은 그저 우습다. 그녀조차 당일이 되어서야 휘적휘적 통보한다. 운전을 시작한 이후 완전한 길치가 되어버린 엄마에게 각각의 장소가 어느 역에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덕질은 나의 소중한 그녀에게 어설프긴 하지만 자립심을 심어준 것만은 확실하다. 내 손을 꼭 잡아야만 발을 떼던 그 작던 아이는 내 키를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쩐지 아쉽고 쓸쓸하지만, 그것 역시 그녀와 내가 함께 겪어야 할 '성장'의 과정인 것을.
세상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는 것처럼, 그들의 부모 역시 그 아이들을 통해 부모로서 성장한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성장은 너무 빨라서 내 짧은 보폭으로는 쫓아가기 힘들다. 사실 그녀의 열광을 오롯이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노력할 뿐이다.
비록 나와는 다른 시선과 다른 가치를 가진 아이지만, 아이가 손 내밀 때는 함께 바라봐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나의 사랑하는 그녀가 바라보는 그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