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밀
2019년 직장을 나오고 무소속으로 살아간지 3년차가 되어간다. 과거에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응당 '어느 회사'의 소속이었다. 퇴사 후 사람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나의 다음 소속을 궁금해한다. 그 질문에 해명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소속을 만들어야 할 기분이 들어 대학원에 둥지를 틀기도 했다.
3년차가 된 지금의 나는 조금은 뻔뻔해졌다. 처음엔 프리랜서라는 말을 입밖으로 내기까지 참으로 쭈뼛쭈뼛했다. 요즘은 분위기에 맞춰 내가 가진 다양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나를 소개하는 것에 능숙하다. 회사 명함이 없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로 SNS 채널로 연결하면서 야금야금 팔로워도 늘리고 있다.
나는 기획자, 크리에이터, 인지과학자, 커뮤니티 빌더로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 나의 다양성을 프리랜서, 사이드잡 또는 N잡러라는 단어로 가두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인생가'로 부르기로 했다. 단순히 돈 버는 직업을 여러가지로 두는 것이 아닌, 나의 인생의 가능성을 3-5년마다 신사업 개발하듯 넓히려고 한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인생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한 우물을 제대로 파지 못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주변의 핀잔을 이겨야 하기도 했다. 혹은 돈 받는 일에 치중하느라 내가 열망하는 크리에이터로서 삶은 진도를 나가지 못해서 현타가 온 적도 있다. 이제 나 스스로 자기 경영을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는 꽤나 즉흥적인 편으로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목적을 이미지로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20대 중반에 무심코 적어놓은 메모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30대 초반에 어느정도 바라던 이미지에 가까워진 것을 느꼈다.
나만의 전문성을 살려 직장 없이도 독립적으로 일하며
나만의 아늑한 방을 가지고, 2억원 정도 모아놓고
와인도 마시고, 살사도 출수 있기를
이 메모를 매일 체크하고 데드라인까지 있었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이제 새로운 목표를 위한 삶의 목적과 우선순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개인적으로 아래 질문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쌓아올렸다.
- 돈, 기술의 제약없이 모든 것이 실현 가능하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돈을 얼마 벌면 만족할 수 있는가? 돈이 아닌 다른 자가 만족 지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 나의 일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꼭 창업을 해야만 실현 가능한 일인가?
이 과정을 거치고 나니까, 내가 원하는 삶을 더욱 선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굉장히 원대한 꿈이지만, 아직 구독자도 없는 브런치를 자세히 볼까 싶어 살포시 공개한다. 일단 올렸으니 빼도박도 하지 못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겠지? 우선 발렌타인 기념으로 35살까지 목표 다 이루고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남자친구에게 선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을 배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했다.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올 한해 집중해야 하는 영역을 결정했다. 포트폴리오 인생답게 늘 하고 싶은 일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원하는게 무엇인지 분명히 했다. 그 다음은 일주일 100시간 생산적으로 살겠다는 목표로 시간을 할당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디에 할당되는지를 대략적으로 체크했다.
그렇다고 너무 빡빡하게 짜지만은 않았다. 나는 시간 관리를 정해진 시간에 무엇을 하겠다고 하지 않는다. 일주일의 할일 리스트를 쭉 조율하고 하루에 14시간 수준으로 할당을 했다. 그 우선순위는 매번 변했다. 그리고 어떤 일은 그 주에 꼭 마무리 되지 않아도 성숙되어 다음주, 다다음주에 더욱 훌륭하게 마무리되었다. 우리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새로운 기회가 오면 그 자리를 위해 조율할 때가 필요하다.
- 프로젝트마다 Problem, Keep, Try를 기록했다.
- 그 주에 읽은 것. 만난 사람의 DB를 정리한다.
- 그리고 한 달을 한편의 다큐처럼 정리를 한다.
- 그리고 한 달에 가장 인사이트를 준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사실 작년에 연말 회고라는 것을 처음 해봤다. 12월에 한번에 하려고 하니까 굉장히 빡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달에 한번 회고를 미리미리 진행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12월에 2021년 나의 다큐멘터리를 읽어볼 생각에 기대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레슨스런드을 돌아보면 흥미로울 듯 하다. 가령 2월은 클럽하우스 때문에 루틴이 많이 무너졌다. 시간이 지나고 봐서야 이게 새로운 기회에 대한 투자였을지, 반짝이던 유행에 휩쓸렸던 것일지?
<타이탄의 도구들>에 타이탄들은 왜 아침 일기를 쓰는가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침 일기를 쓰는 이유는 "망할 놈의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도록 원숭이처럼 날뛰는 내 정신을 종이 위에 붙들어놓은 것뿐이다" 아침 일기는 혼자 일하는 나에게 정신줄을 붙드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데일리 저널은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타협이 아니라, 과감한 포부에 대해 나와 스스로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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