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포트폴리오 시대
사적인 모임에서나 공적인 모임에서나 사람을 처음 만나면 직업부터 묻고 싶어 안달이다.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은 이 시대에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궁극의 질문이다.
원래는 브라질에서 거상이 되려다가
경영 문제해결을 배우기 위해 컨설턴트를 하다가
AI가 답이라 생각해서 아이언맨 옆 페퍼를 꿈꾸다가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 인지과학 대학원을 다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신사업 PM 역할로 기획자, 마케터, BD 넘나드며 살고 있어요.
나의 변곡점들을 속사포처럼 꺼내기도 힘들지만, 정작 이렇게 말했을 때 상대방은 나의 답변이 규격에 맞지않는 오답이라는 반응이다. 그리고 전문적이지 못한 나에게 핀잔을 주고는 한다.
보통 어떤 회사의 직무로 소개하지 않나요?
그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면 방해되지 않나요?
커리어 전문성을 쌓는 것이 좋을텐데요.
문과생이 갑자기 이과 공부를 할 수 없어요.
전문적이지 못해 사회적 핀잔을 들을 때마다 '다능인'이라는 키워드에서 위안을 얻고는 했다. [모든 것이 되는 법]이나 [울트라 러닝]과 같은 책들은 인간은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있다는 현상을 다루고 있었다. [폴리매쓰]는 이런 다능인 현상에 대해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통시적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했다.
폴리매쓰를 읽고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것이 특이한 돌연변이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인류의 타고난 본성이 '전문화'라는 미명으로 지금까지 억제되어 왔던 것이다. 앞으로 내면의 다양한 잠재력을 발현하며 살자는 목소리를 높여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폴리매스란, 3개 이상의 분야에 출중한 르네상스형 인간을 가르킨다. 나는 폴리매쓰라는 단어가 결국 내가 논하고자 하는 '포트폴리오 인생'과 접목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책 리뷰에도 폴리매쓰 보다는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용어를 차용했다.
과거 르네상스 시대를 돌아보자. 당시 지식인들은 철학가, 역사가, 과학자, 사회 과학자, 수필가, 심지어 소설가로 활동했다. 이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하느라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을 주기 보다는, 고용주는 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얻은 경험의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레버리지 하였다.
꼭 르네상스가지 내려가지 않아도 동시대에도 분명 이런 사람들은 존재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이처는 30대에 의학 공부를 시작했고, 기타노 다케시는 40대에 첫 영화를 연출했고,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60대에 화가의 자질을 발견했고, 폴 뉴먼은 70대에 레이싱 챔피언이 되었다.
우리 인간은 르네상스 시대에 펼쳤던 다양한 잠재력을 타고 났다. 그런데 어째서 사회는 인간에게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가 되라고 종용한 것일까? 지금의 전문가 숭배 현상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뿌리를 찾아보자면, 계몽 주의 이후 지식이 폭발함에 따라 인류가 방대한 지식을 전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를 양성할 목적으로 대중교육이 도입되었다. 전문화 시스템이야 말로 효율적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에 기초한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공장 생산 라인에 놓인 제품을 취급하듯 학생들에게 기계적으로 지식을 주입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 제도는 사회의 효율성을 가져다 주었지만, 인간의 잠재력을 옥죄어 왔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 집단은 자격증을 발급하며 자기들만의 성을 쌓았다. 결국 전문가 집단이라는 고인물을 양성하며, 분과 간 융합하며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여러 경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잘 벌고 잘 사는 길일 뿐더러
다수의 자아에 솔직해지는 길이다.
한 실험에서 포트폴리오 인생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2년간 추적했다. 결과는 2년 동안 포트폴리오 노동자로 일할 때 소득이 한가지 직업을 가졌을 때 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과 생활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만족을 주었다. 표본집단 46명 가운데 2년 후 모노폴리오 직업으로 돌아간 사람은 단 한명 뿐이었다.
포트폴리오 인생가와 보통 사람을 구분 짓는 한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복합성'이다. 그들의 정체는 하나가 아니라 다수다. 이들은 연관 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연결해서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현상의 유사성(그룹핑), 기저의 인과관계, 구조화 시키는 능력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나다. 결국 개인의 뇌 속에 시냅스의 연결이 누구보다 활발한 사람이 포트폴리오 인생가이다. 이런 사람들의 뇌에 신피질이 마구 확장했을 때, 기존에 없던 언어, 예술, 과학이 발명된 것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람간 경계없이 교류할 때 우리 사회는 확장된 신피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 뇌를 클라우드에 연결해 다시 한번 신피질을 확장한다면? 더 이상 고정된 울타리(두개골)에 제약을 받지 않고, 우리 뇌의 정보처리 방식보다 수백만 배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신피질이 등장할 것이다. 그것이 레이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sigularity)이다. 그랬을 때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추상 능력을 얻고 한 단계 진보된 사회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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