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관계학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운 적 있나요?

인터넷 시대에 힙한 크리에이터가 등장하기 전에 태초의 크리에이터 모델을 하나 던져봅니다. 지금은 너무 할아버지 기업이 되어버린 바로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사업 초기에 어떻게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크리에이터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을까요?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30초만에 받아갈 수 있는 '스피드 시스템'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나가던 어느 50대 세일즈맨 레이크룩이 꼬꼬마 단계의 맥도날드에게 제안을 하죠. 많은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가게를 열도록 하자는 것이죠. 맥도날드의 세계적 성장에는 바로 이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공이 컸습니다. 프랜차이즈 모델의 핵심은 맥도날드의 스피드 시스템(플랫폼)을 통해 점주(크리에이터)의 성공을 도운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성공을 도와야 비즈니스도 성공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악덕해지지 말고 다른 사람 좀 도와라. 


저는 기버가 성공한다는 철학을 굉장히 믿고 싶어 하는데요. 맥도날드의 창업 신화를 다룬 영화 <파운더>를 보면 레이크룩은 배신을 밥먹듯이 합니다. 창업주였던 맥도날드 형제의 아이디어만 쏙 빼먹고 본인 스스로 대표가 됩니다. 반백년 힘든 시간을 함께 지켜온 아내도 사업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회사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죠. 기버와는 거리가 먼 레이크룩의 성공을 보고 현타가 왔습니다.


하지만 이기적 레이크룩은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는 성공을 도와주는 이타적 사람이었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맥도날드 운영을 하면 자가 비행기 한 대를 뽑을 수 있다는 성공 신화가 퍼졌죠. 이런 믿음이 맥도날드의 영향력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는게 일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척도를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에 둡니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백만장자로 만들었느냐가
성공의 척도로 생각합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 레이 크룩, 맥도날드


영화 <파운더> 속 레이크룩과 프랜차이즈 점주들. 그는 비정한 모습도 많았지만 적어도 점주들에게는 영웅이었다. 


Web 3.0 시대에는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도와야


다시 인터넷의 시대로 돌아와보겠습니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지금 우리가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하얀 창(요즘은 다크모드가 대세지만)의 흐름을 훑어볼게요.
- 1980년 인터넷 대중화의 첫 시작에는 그저 무료로 컨텐츠를 브라우징 했죠. 통신료는 어마어마했지만요.
- 2000년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사고팔기 시작했습니다. 최초에 우린 이걸 전자상거래라고 불렀었죠.
2020년으로 넘어와 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이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서 '돈 버는 강의'가 인기가 많았던 역사를 찍어내고 있습니다. 


오늘 날 플랫폼 기업인 로블록스를 살펴볼까요? 로블록스도 성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700만 명의 개발자(크리에이터)들이 로블록스의 개발 모듈(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맥도날드가 수십년에 걸쳐 44,300개의 점주를 모셨는데 150배나 더 많은 압도적 크리에이터 풀을 모집하였어요.


불과 20년 만에 온라인에서 누구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점점 열리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앞으로도 더 보편화되어 생산 참여자와 소비 참여자의 비중이 비슷해지는 날이 올 거예요. 이제는 큰 결심을 하고 사업자를 내지 않아도 누구나 인터넷에서 공급자(Supply)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요. 


저는 이런 공급 주체를 장르 불문하고 '크리에이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터넷 경제가 열리는 Web 3.0에서 공급자의 주역은 바로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크리에이터들의 성공을 도와야 플랫폼도 떡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 플랫폼에 어떻게 크리에이터를 모시죠?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투사이드 마켓플레이스형 기업은 우리 주변에 정말 친숙하게 많은데요.  

-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있었기에 게스트가 있을 수 있죠. 

- 우버는 드라이버가 있었기에 승객이 있을 수 있고요. 

- 배달의 민족의 사장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강사들, 등등등


플랫폼 기업이라면 크리에이터(혹은 공급자)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건지 점검해보세요. 지금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모시기 위해 HR 전쟁을 치르듯, 좋은 크리에이터를 모시기 위한 전략도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우리 플랫폼에 적합한 크리에이터 인재상을 정하고 찾아야 하고, 크리에이터가 자율적으로 동기부여되어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 정책과 환경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님이라면 나의 사업의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고, 실무자라면 이 업무를 내 일의 한 꼭지로 가져가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보람 있고 경력이 쌓일수록 네트워크 파워란 게 폭발하거든요. 


저는 운이 좋게도 2019년 클래스 101에서 크리에이터 센터의 초기 셋업 과정을 겪은 후 다른 이런 류의 서플라이 그로스 프로젝트들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레이 크룩이 언급했듯, 누군가를 성공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성공의 척도가 된 것이죠.


2019년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이 분야의 프로젝트를 리드하기 위해 한줄기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에어비앤비(라고 쓰고 형님이라고 읽는다)였는데요. 그중 오늘은 6가지 전략에 대해서 공유드리겠습니다.

서플라이 그로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꺼내먹는 노션 페이지


AirBnB에서 얻은 28가지

서플라이 그로스(Supply Growth) 전략 


1. 공급자에게 혜택은 높이고, 비용은 줄여라

무엇   

당연하지만 공급자들은 인풋(작업량, 리스크) 대비 아웃풋(돈, 명성)을 계산한다.

에어비앤비에서도 호스트를 만족시키면서 부담감은 줄일 수 있는 제안들을 계속 실험했다.

사례   

혜택을 높인 사례
- 에어비앤비: 고정 매출 제공
- 우버: 언제 월급 받을지 선택, 자유로운 영업시간

비용을 줄인 사례
- 에어비앤비: 객실 사진 무료로 찍어주기
- 우버: 차 리스 저렴하게 제공하기

꿀팁   

원대한 계획만 세우지 말아라. 반드시 유저에게 그 계획을 알려라.


2. 처음에는 한놈만 패라 (Single-player mode)

무엇   

초기에 호스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집중하라.

사례   

오픈테이블(레스토랑 예약): 식당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제공            
오픈 테이블은 서비스 초기에 오로지 공급자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만 집중했다. "Electronic Reservation Book"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별도 구독비를 받고 점주들에게 제공을 했다. 몇 백개의 레스토랑을 확보하고 나서야 일반 손님들에게 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는 가치를 제안할 수 있었다.  

Evenbrite(이벤트 예약): 무료 이벤트 페이지 생성툴 제공

꿀팁   

결국 공급자가 왕이다!

단, 이런 한쪽에 먼저 집중 공략하는 것이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는 전략은 아니다.


3. Critical Mass에 도달하는 매직 넘버를 찾아라

무엇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는 공급자의 수는 몇인가? 대략 예측해보고 그 지점까지 허슬 해보자.

사례   

에어비앤비의 경우, 한 개의 도시에 300개의 리스트, 그중에서 100개는 리뷰를 가지는 것을 기준으로 정했다. 이 정도의 Critical Mass에 도달해야 게스트들이 여행 취향과 일정에 맞춰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실제로 뉴욕,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관측 결과 300개 리스트가 넘어가는 순간 구매 전환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꿀팁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조직 내에서 믿어야 하는 숫자를 만들어라.

만약 다른 숫자가 생기면 그때 가서 바꿔라.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뭐라도 있는 게 낫다.


4. 공급자를 신뢰 가는 사람으로 예쁘게 포장해줘라

무엇   

유저들은 이름도 모르는 공급자를 믿어야 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에게 공급자를 믿어야 할 이유를 적극적으로 포장해줘라.

사례   

에어비앤비 사업 초기에는 신규 호스트에게 리뷰를 남기는 조건으로 무료 여행을 보내주는 크레딧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슷한 사람을 더 선호한다. 나이, 지역 등 유사한 지점이 많을수록 신뢰를 쌓고 무언가 함께할 수가 있다. 반면에 공통점이 적어질수록 신뢰의 수준이 낮아지게 되는 인지 편향도 가지게 된다.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사회적 편견이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호스트를 선택해야 하는 에어비앤비에게는 심리적 장벽이 굉장히 높아지는 셈이다.

이 유사성에 기반한 신뢰에 '평판'이라는 요소를 추가할 때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평판은 리뷰이다. 리뷰가 3개 미만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10개 이상이면 모든 판이 바뀐다. 높은 평판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인간의 보호주의적 인지 편향을 깨부술 수 있었다. 그 평판을 잘 보이게 하는 적합한 디자인은 인간의 뿌리 깊은 편견 중 하나를 극복하는데 기여했다.  


5. 해외 확장은 머나먼 일? 의외로 빠르게 갈 수 있다. 아니 가야만 한다.

무엇   

물론 전통 비즈니스에서는 해외 확장은 도전이자 기회이다. 하지만 테크 기업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해외 학장을 하지 않으면 그로스의 길을 낭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업의 중간 단계쯤에는 현지 언어와 문화에 맞는 사이트 경험(번역, 결제방법, CS 등)을 제공해야 한다.


사례   

에어비앤비 사이트는 400,000의 단어수의 영어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단기간에 현지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어렵다. 에어비앤비는 웹사이트의 모듈을 나누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움직이는 방식으로 빠르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기: Launching airbnb.jp in record time

7년 만에 넷플릭스를 190개 국가에 확장하기
자세히 보기: How Netflix Expanded to 190 Countries in 7 Years

꿀팁   

해외 시장 확장은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는 방법이다. 사업의 중기가 되면 꼭 타이밍을 노려봐야 하는 전략이다.

한 개의 시장을 찍어서 거기서 승부를 보거나 vs 한 개 시장에서 승부보기 어려우면 넓게 야금야금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에는 스케일러블 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해외 확장도 그러하다.


6. 공급자 세그먼트 확장하기

무엇   

공급자 카테고리를 정의하라. 어떤 카테고리를 새롭게 확장할 건지?

카테고리 별로 상이한 전술, 스킬, 오퍼레이션 구조를 구축하라.

사례   

에어비앤비: 일반 가정집, 휴가용 렌탈, 고오급 집

우버: 일반차, 블랙, 스쿠터

이베이: 개인 셀러, 오프라인 스토어, 도매업자

꿀팁

새로운 세그먼트를 도입할 때는 그걸 책임지고 구매 전환시킬 수 있는 팀이 확보되어야 한다. (ass is on the line... 프로젝트 성과가 똥줄 타는 사람이 있어야...) 동시에 마켓플레이스의 차별성이 희석되지 않는지 계속 체크해야 한다.

새로운 세그먼트는 늘 오가닉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언제 시장을 집중(double down, squash)하고 먹어버릴지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좀 더 프로페셔널한 세그먼트가 있다면, 그들의 작업 방식에 맞는 프로세스를 새롭게 선보여야 할 수 있다. (일반 가정집과, 호텔의 프로세스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서플라이 그로스를 하며 깨달은 점


지금까지 위에 소개한 전략이 에어비앤비에서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원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특히 SEO는 재미를 못 봤다고 하네요.


저 또한 많은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전략을 실험하고, 배우고, 조정을 했는데요. 그렇기에 저 또한 저자인 레니가 말하는 3가지 결론에 매우 동의합니다.   

세상에 성공의 묘책이란 것은 없다. 많은 삽질과 작은 성취 끝에 성공이 찾아왔다.

우리의 실험 중에는 임팩트 없는 것도 무지하게 많았다. 하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모든 것은 지나고 나서야 이해가 갑니다.


이 주제를 가지고 강연도 하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을 하지만 세상에 어떤 성공 방정식이란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공의 방정식이 있는 판이라면 그 리턴도 적을 테니 당신이 야심가라면 거기서 당장 도망 나와야 할지도 몰라요. 

제가 겪은 여러 프로젝트의 사례를 톺아보았을 때, 서플라이 그로스를 준비하기 위해 3가지 밑그림을 전사적으로 함께 그려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우리의 플랫폼 크리에이터의 페르소나,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에 계시고 어떻게 모셔올까?

    2. 크리에이터의 유저 경험 퍼널을 어떻게 쪼갤 것인지? 이때 자율적 온보딩 방해하는 걸림돌은 어디인지?

    3. 크리에이터가 플랫폼에 체류할 문화적 이유를 만들자. 플랫폼의 세계관을 나타내는 크리에이터 명칭과 슬로건


구체적으로 서플라이 그로스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면, 분기에 한번 열리는 아래 코호트 강의도 추천드려요. 


 https://bit.ly/3CykHtZ




막간을 이용하여, 에어비앤비 28가지 서플라이 그로스 전략의 원문 저자 레니에게 리스펙트를 표하며, 오늘도 스타트업의 성자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을 위한 레니의 어록을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1. Avoid spreading your team too thinly across many tactics (aka focus), 

    2. double down on the things that show promise (aka focus), 

    3. and never lose sight of your north star (aka focus). Also, focus.


집중. 집중. 집중

오늘도 비즈니스 본질에 집중하는 일주일 같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 자유를 만드는 시간관리 (타임폴리오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