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무리에서 떨궈진 사람들을 위하여

하쿠나 마타타를 외치다 보면 티몬과 품바를 만나지 않을까?


심바는 왕위 후계자였다가 사자 무리에서 떨궈졌다. 권력에 눈이 먼 삼촌 스카가 심바의 아버지를 죽였다. 심지어 그리고 삼촌은 그 죽음의 원인을 심바로 몰았다. 무리에서 떨궈진 어린 심바가 하이에나의 먹이가 되기 직전, 이 가여운 영혼 앞에 티몬과 품바라는 귀인이 나타난다. 그들 역시 각자의 사정으로 무리에 떨궈진 존재였다. 언젠가 심바가 성체가 되면 잡아먹힐지 않을까?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은 서로의 가족이 되어준다. 


비록 라이온킹의 메인 서사는 심바가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사자 무리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티몬과 품바가 나에게 영웅으로 다가온다. 무리에서 버려진 사람을 품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본인들이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다가갈 수 있던 것이다. 내가 이너 써클에 있을 때는 무리에서 떨궈진 사람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가가지 못했다. 막상 내가 외면을 당해보니 그 사람들의 얼굴이 이제야 떠오르더라.


커뮤니티가 삶의 미래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커뮤니티는 마음의 안전 지대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는 갈등이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마을은 다수의 편이나 권력의 힘에 손을 들게 된다. 공리주의자인 내가 봐도 나의 소멸이 전체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길이었다. 


나는 새로운 도시를 만들거라는 자만심에 빠진 것이 부끄러워졌다. 오히려 진짜 사회는 혁명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혁명적이었다. 오히려 혁명을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하지 않았는 말이 정확하다. 비록 1%일지라도 소수에게 벌어지는 그 슬픔을 공감하고 사회적 안전 장치가 있던 것이다. 섬세하지 못한 인간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소수자가 생기고 시골 마을 같은 폐쇄성을 띄게 된다.


이 좁고 좁은 사회에서 누군가는 승전했지만, 누군가는 그 일로 슬퍼해야 하는 양가적 상황이 생긴다. 축복 받고 팡파레를 울리며 기뻐하는 뒤에, 그 일로 인해 슬퍼할 사람을 다독이는 여유를 찾기는 힘들다. 마음 한켠에 그 일로 슬퍼하고 있을 누군가가 떠올랐다. 비록 용기를 내서 연락할 수는 없었고, 내 말이 용기가 될 거란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단단하고 따뜻해 보이는 커뮤니티에도 자연 발생적인 이탈자가 생긴다.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떠나야 하는 누군가 생길 때 가장 따뜻해보이던 사람이 말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까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무리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것이다. 


필요한 존재가 되면 너를 위로해줄 수 있어. 

세상에 이데아 같은 신성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여기에서 완전한 행복을 찾았다면, 그래도 한번 쯤은 내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누군가는 그을린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자신의 소멸을 선택한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한번 쯤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오늘도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집에서 운동이나 하던 참이었다. 버피를 하다가 바닥에 죽은척 하는 바퀴벌레처럼 딱 달라 붙어있었다. 운동을 억지로 억지로 설렁설렁 마치고, "무리에서 떨궈진 사람"이라고 유튜브에 물었다. 그리고 MKYU 김미경 대표님의 5년 전 영상과 연결되었다. 괜찮아진 듯 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펑펑 눈물이 났다. 


영원히 인연을 붙들 수는 없어요.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이었잖아요.
근데 나도 좋은 사람이거든요.

인연이 거기까지였나 보다. 참 좋았다. 
그리고 거기에 예쁘게 묻어두고
 새로운 여정을 찾아 나서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순간은 감사했다. 모든 인생의 배움은 영원히 유효하지 않을 뿐이다. 그 동안의 챕터를 마무리하고 다른 여정을 걸어가는 미래와 연결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행복한 사람의 몫이 있는 것이고, 빛이 있는 곳 어딘가에는 누군가 어둠의 역할을 해야하니까. 내가 빛이었던 시절도 누군가의 어둠의 시간을 먹이로 했던 것일거라는 겸허한 마음을 이제라도 알게된 것이 어디인가.


하쿠나 마타타. 언젠가 티몬과 품바를 만나거나, 내가 누군가를 위해 티몬과 품바가 되어야지 :) 또 다른 멀티버스로!


혹시 저와 같은 위로가 필요하다면, 김미경 선생님의 영상을 보세요. 마음이 힘들다면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 충분히 위로가 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는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아서 감성 일기를 끄적여보았네요. 

https://youtu.be/ZP0Jm3P_p2E?si=LrG2xSxjrmGJl2r_


매거진의 이전글 부끄러운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