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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리 Jan 01. 2024

나는 철학 책을 덮기로 결심했다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하는 거지

크립토라는 버블 안의 세상 속에서 

4월 15일 ETH 도쿄의 열기가 한창일 때 도쿄의 어느 바에 앉아서 글을 끄적이고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야할 것 같은 이벤트 2개를 두고 FOMO(Fear of Mssing Out)에 시달렸지만 어렵게 결정한 일이다. 이번 도쿄에서는 너무 나를 소진하며 무리하지 말자고 말이다.


'이더리움'이라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향연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바다 건너 오게하는 커뮤니티 파워라니. 불과 얼마전인 3월 덴버에서도 비슷한 열기에 취해 있었으니 마지막 날 밤은 컨퍼런스 장을 잠시 떠나 도쿄 거리를 돌아다녔다.


분명 컨퍼런스 장 안에서는 웹3가 세상을 바꿀 거 같았는데, 바깥의 거리는 그저 보통의 어느 날이다. 어느 날 존경하는 사업가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수진아, 지금 어울리는 사람들과 지적 교류를 하는 것도 좋지만, 너가 나중에 사업을 하면 여기 이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고 있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았으면 해"


이 작은 말은 3년이 지나서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나자나 글 퇴고하면서 짜장면 땡겨서 짜파게티 끓이는 중…



다음 이야기들은 2023년 4월에 구독자들에게만 발송했던 글입니다. 

공개해도 된다는 생각이 가공해서 올립니다 :) 

구독하시면 다른 날것의 생각들을 좀 더 일찍 받아보실 수 있어요.


https://paragraph.xyz/@staykeen.eth/%EB%82%98%EB%8A%94-%EC%B2%A0%ED%95%99-%EC%B1%85%EC%9D%84-%EA%B7%B8%EB%A7%8C-%EC%9D%BD%EA%B8%B0%EB%A1%9C-%EA%B2%B0%EC%8B%AC%ED%96%88%EB%8B%A4


종종 이 도파민 덩어리인 웹3 세상 밖을 나가면 길거리의 자영업자들, 젋은 남녀의 소소한 일상사들, 나의 평범한 부모님이 기뻐하고 슬퍼하는 그런 것들이 내가 외면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 세계관에서는 대중의 마음을 섬겨야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 크립토 판은 세상과 단절된 무언가를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운이 좋게도 정말 많은 책임없는 부를 가지게 되었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크립토가 성장한데는 본래의 철학인 "탈중앙"이 아니라 코인 거래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라는 가장 원초적 인간 심리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소수의 OG들은 베팅에 크게 성공 했고, 그 성공은 나 다음의 폰지에 줄을 선 대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차트가 출렁일 때마다 마음이 베인 많은 사람들이 이 씬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이 씬에서 정의로운 OG 행세를 하더라도 사실 모두에게는 그 원죄가 있다. 그들이 얻은 부는 결코 실제로 창출한 가치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어떤 코인도 아직은 페이스북처럼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지 않았고, 배달의 민족처럼 사람들을 더 편리하게 하고,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지도 않았다. 그런 미래가 안 올 거라고 비관하는게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이룬 내재가치 보다는 대외적 시장 상황에 편승하여 시장의 펌핑을 받았다느 것을 인정하고 겸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성공한 부자들은 그들만의 노는 문화를 만들어간다. 어쩌다가 크립토는 세상과 분리되어 돌아가고, 악재로만 세상을 놀래킬까? 그런데도 여기 사람들을 민심을 돌보지 않고, 체인의 이념 싸움에 집중할까? 왜 점점 어려운 말로 포장하며 알 수 없는 말로 처방하는 의사들 같아질까? 이렇게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컨퍼런스 할 때, 지역 주민들도 초대하면서 대중을 설득하지 않고 왜 그나물에 그밥인 사람들이 그들끼리 했던 얘기 또 반복할까?



도쿄의 바에서 주섬주섬 꺼낸 종이 쪼가리에 이런 그림을 그렸다. 우리 인간은 일정 구간까지는 커뮤니티를 확장하려다가, 어느 순간에 '나만 알고 싶은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하는 혁오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여기 도쿄 바에서 시킨 늦은 저녁 식사 한끼가 드디어 나왔다. 그 사이에 진토닉 한잔을 다 비웠다. 진토닉과 함께 거칠어진 생각과, 워리어 기질이 발휘되어 키보드를 과격하게 쳤다. 주변을 둘러보니 두 명 정도는 이 바의 단골인듯, 호스트와 내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정감있는 대화를 나눴다. 따뜻한 스테이크 한 점을 입 안에 넣으니까 다시 긍정적 생각이 싹튼다. 이 작은 바가 내가 생각한 이상적 커뮤니티 같다고 느끼게 된다.


1. 호스트는 일정한 조건을 내 걸걸고 대가를 건다 → 토큰

2. 그 대가를 지불하고 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는다 → 스마트 컨트랙트

3. 자주 올수록 호스트와 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와인 한잔을 공짜로 받기도 한다 → 에어드랍

4. 여러가지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 정서적 충족  


하나의 작은 바에는 정당한 거래, 실용적 가치 그리고 관계까지 깃들어 있다. 이와 같은 단순하지만 실용성 있는 유틸리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철학적 외침은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공허한 유희적 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념은 실용성보다 그 기준이 모호하다. 그래서 크립토 이 시장은 권위자 한마디에 흔들리는 더 후진적 사회 체계를 향해가고 있다. 근거없이 저 사람이 말했으니 옳을거라고 생각하고 “디젠(퇴하했다는 의미로서, 생각없이 투자하는 행위)”하는 것이 크립토의 현 주소이다. OG 개똥이가 말해서 정당성을 얻는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대중에게 채택받았는지 다시 프로덕트 민주주의 힘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당분간 철학적 담론을 중단하기 위해 책들을 덮어두기로 했다. 2020년 3월 논스 들어오고, 2021년 3월 DAO를 처음 알고, 2022년 본격 모든 생활과 소비를 웹3로 이전하면서 지난 3년 서당개로 풍월을 참 많이도 읊었다. 


공부는 이 정도면 많이 했다. 이제는 정말 실용적인 걸 만들어보자. 사람들이 바에서 한 끼의 밥을 먹고, 그게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처럼 여겨지는 게 아닌, 진짜 가치 교환이 벌어지는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나는 사상가에서 실행가가 되기 위해서 조금 더 단순무식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더 단순화된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게 깊이가 없어보일지 모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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