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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흑화방지 위원회

거절로부터 쌓아올린 담대함

창작의 황금 구간을 맞아 써보는 의식의 흐름체


클럽을 음악 들으러 간다고 하면 우아한 거짓말일까. 나는 레이빙이 새로운 종류의 명상 또는 리부팅이라는 철학적 믿음을 가지고 클럽에 방문하는데...


요즘은 상황상 무의식적으로 유혹의 제스쳐를 뿜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 누군가 술 한잔을 권했다. 이 사내는 나도 아까부터 눈여겨 보던 사람이었다. 난 어떤 게임이든 그 판에서 열심히&잘 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클럽이라는 게임의 세계관에서는 바로 디제이 앞에서 클럽의 고용된 마냥 열심히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는 자들이 상위랭커 아닐까.


그들은 20대 초반 스트릿의 자유를 즐기는 무리였다. 특유의 동작을 같이 추자고 제안하기에 무리의 에너지 레벨이 남달라 거리를 두고 장소를 이동했다. 그러더니 너무하다고 하며 살짝 화가 난 표정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술을 페이백 할겸 당신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이 누나가 나이가 xx라 내가 인생의 그럴 때가 아니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 나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받았다. (뭔가 더 슬프군)


언젠가 자기가 일하는 매장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자기가 언젠가 저 집을 살거라며, 사주에 재복이 많다며, 뽀짝한 꿈을 들어주었다. 나중에 내가 너 유명해졌을 때 아쉬운 날이 올거같다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 그는 지나가다 마주쳐도 내 앞에서 많이 공손(?)했다.


이로써 20대 남성 한명의 흑화 방지를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20대 때는 이런 곳에서 관심 받으면 도도한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용기내서 다가와주는데, 굳이 그것을 하찮아 할 필요가 있을까! 충분히 나이스하게 거절할 수도 있던 것을. 상처받았던 20대 남성들은 나중에 30대가 되어서 여성에게 역으로 파워게임을 하게 된다. 그래서 20대 남성 흑화방지가 필요한 것. 여자들이여 거절하더라도 사려깊게 거절하자! 우리의 젊은 여성의 권력은 어차피 오래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나는 남자들이 이렇게 거절 속에서 쌓아올린 담대함이 부럽기도 하다. 10년 전 구직을 위해 인터뷰를 보던 시기. 최종면접까지 가서 낙방하고 힘들어했는데, 둘러보니 같은 과 선배 오빠 중에 몇개씩 붙어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학점, 영어, 인턴, 대외활동 스펙으로 치면 내가 더 좋은 데도 말이다.


축하와 고민상담 겸 밥을 얻어먹으며 깨달은 점은, 평소에 여러 핸디캡(..)을 가지고 구애를 해온 그 오빠는 구직 인터뷰에서 그 설득의 기술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였다. 그때까지 나는 내 인생에서 높은 지향점을 추구하며 적극적 구애를 해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건 될만하다 싶은 고백은 성격이 급해서 먼저 해봤다)


난 진짜 20대 때 수많은 거절을 당해본 남성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그래서 올해는 나도 좀 거절을 당해봐야겠다. 거절의 두려움을 뚫고 선제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설사 거절 당하더라도 누군가의 그날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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