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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Nov 15. 2024

수능날 여행을 떠나는 이유

사춘기 가족의 경주여행 후기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니 교외체험학습신청을 하기가 껄끄러워졌다. 초등때와 다르게 중학생이 되면 체험학습 금지기간도 있고 그 기간이 아니어도 수행평가가 있기도 하고 또 재미있는 축제나 활동이 학사달력에는 없지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사춘기인 중학생들이 부모님과 가는 여행이 아니라 친구들과 노는 데에 악용을 하는 사례도 있어서인지 중학교 체험학습 보고서에는 반드시 부모님과 찍은 사진이나 비행기티켓등 증빙도 필요하다.

실제 큰아이 학교 체험학습 보고서 일부


그런저런 이유로 아이도 체험학습신청을 불편해한다. 그런데 큰 아이 학교의 경우 매년 수능고사장으로 지정이 되는 덕에 수능을 보는 날과 그다음 날은 늘 재량휴업일이다. 수능을 보는 형님들께는 죄송하기 이를 데 없지만 중학생 가족은 학교가 쉬는 수능날마다 여행을 떠난다.


11월 아침이 되면 수능냄새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다. 계절과 시간, 날씨가 섞인 냄새들에 민감하고 좋아하는 편인데 유독 수능냄새라 불릴 수 있는 11월 중순의 새벽냄새에는 코끝이 찡해진다. 그날 하루에 인생이 결정될 듯한 착각으로 수험장을 향하던 그날들이 떠오른 탓이리라. (재수를 한 덕에 그 냄새가 더더욱 깊이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타러 가던 작년 수능날 아침에도, SRT를 타러 나온 어제 수능날 아침에도 수능냄새는 옛날 그대로였다. 코끝 시린 긴장감을 추억하며 아이들과 경주에 도착했다. 도착한 당일이었던 어제는 멋진 oh 작가님(멋진oh의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 추천으로 황룡사지황룡사역사문화관에 방문했다.

수능당일 여행인증

그곳을 가자니깐 역사를 좋아하는 중2 강이와 한창 한국사를 배우는 초5 별이 입이 쉬지를 않는다. 원래 왕궁을 지으려 했다는 것부터 9층은 주변 9개 나라로부터 신라를 지키겠다는 호국정신을 상징하고 고려 무신정권이 모양 빠지게 강화도에 숨어서 몽골군을 막지 못해 지금 경주자리까지 함락당했다는 이야기 이후로도 자결한 경애왕 이후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된 이야기까지. 역사에 무식하고 무심했던 에미는 그저 듣는 거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역사문화관에서 방영하는 영상을 보고 1/10 크기인 8미터 높이로 지어진 모형탑도 꽤 컸는데 실제 목탑은 얼마나 컸을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역사문화관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황룡사 9층 목탑 터에 가서 넓게 놓인 초석들을 보니 조용하게 웅장하다.


5년 전 김유신 장군묘에서는 큰 아이가 김유신의 여동생들 중 보희가 꾼 꿈을 문희가 사서 김춘추의 아내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나도 아는 이야기라 기특하게만 생각했는데 이제 진짜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다. 큰 아이는 최근 아빠키를 따라잡고 둘째도 나를 바짝 쫓고 있는데 키만 큰 것이 아닌가 보다.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히 자라고 있음은 분명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일인데 갑자기 너무 커버린 탓에 이러한 가족 여행이 몇 번이나 더 남았을까 세어보는 내 손가락이 묘하게 서글프다.


수능날 여행을 떠나는 중딩이네 가족을 수험생들과 수험생 부모님들께서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애쓰신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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