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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Nov 19. 2023

인연, 그리고 감사함

갑작스레 잡힌 인도 델리 출장. 그저 난생처음 가는 인도이니 조심할 건 없는지 안부차 인도에 사는 지인에게 카톡을 했다. 돌아온 답은…


“가능하면 그때 가보도록 할게요.”


아니, 정말 온다고?? 뭄바이 거주하는 지인이 비행기로 2시간 거리 델리까지 오시겠다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이 분과의 인연은 바야흐로 10년 전으로…그 당시 다니던 직장의 내 보스였고, 퇴사 후에도 종종 연락하고 만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랬다. 내가 싱가포르로 오고 나서 2년 뒤 이 분은 인도로 발령이 나서 가족과 함께 이주해 뭄바이에 살고 있었다.



코로나 기간이 지나고 작년쯤 한국에서 한 번 만나 점심을 먹었고, 종종 생각이 날 때 카톡을 하고 소식을 전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행기까지 타고, 델리까지 와줄 줄은 정말 몰랐다.



일정이 끝난 금요일, 저녁 10시가 돼서 도착한 이 분과 가족을 함께 만났다. 이 분 배우자 역시 내가 잘 아는 분이었고, 자녀들 역시 익히 알고 있는 아이들. 이제 청소년이 된 아이들을 보니 세월을 실감. 밤 10시쯤 만나 한두 잔 술을 마시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헤어졌다. 그다음 날 점심에 만나 식당에서 다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차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꽤 세월이 지나 그런지 밀린 이야기가 좀 있었고, 인도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인연이 이어진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내가 보고 싶다고, 상대방이 보고 싶다고 반드시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다. 일정 때문에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게 한 두 번 만남이 불발되면 자연스레 멀어지기도 하는 법. 그런데 이 분하고는 이상하게도 가끔이지만 만남이 이어졌다. 이 번도 그런 셈. 내가 인도 가기 이틀 전 이 분은 가족 여행에서 돌아와, 또 마침 주말이 끼어 있어 자녀까지 데리고 델리에 올 수 있었던 것. 이런 인연의 이어짐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물론 그렇게 흔쾌히 비행기까지 타고 와준 이 분의 성의가 너무 고마운 건 당연.



한편으로는 내가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라는 존재가 상대방에게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짧은 출장에서 업무적으로도 성과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런 성취가 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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