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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Dec 31. 2023

2023년을 정리하며

1. 2023년은 쌍둥이를 낳았던 2015년 이후로 가장 긴 한 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은 지옥과 천당을 오 갈 정도로 이런저런 사건이 회사에 너무 많았다. 항상 마음이 힘들었다. 스타트업, 힘들거라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목표는 너무 거대했고, 제품은 시장의 기대를 넘기에는 너무 제품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제품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나의 목소리는 힘 있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2. 하지만 돌파구는 있었다. 시장을 바꾸어 접근을 하니 기존 시장에서는 제품력이 딸렸던 제품이, 그런대로 괜찮은 제품이 됐다. 여전히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을 만나면 만날 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팀도 구성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강력한 동력까지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년 1사 분기 내에는 지금 가진 제품으로 붐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3. 가정에도 큰일이 있었다. 와이프가 의사 실수로 2번의 수술을 연달아 받았다. 간단할 거라던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이 되었다. 퇴원하고도 1달 넘게 먹은 걸 소화를 시키지 못해 와이프는 연신 구토를 해댔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본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의료 사고는 남의 일인 줄 알았다. 정작 내 일이 되고 보니, 막막했으나 여러 지인들 덕분에 불안해하지 않고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이 일을 겪고 나서는 수술을 앞둔 환자의 쾌유를 빌어주는 게 습관이 됐다.



4. 아이들은 많이 컸다. 6개월 새 2~3센티씩 키가 컸다. 둘의 키차이가 이젠 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기특하게도 더 높은 수준의 중국어 클래스, Higher Chinese에서 3학년부터 배우게 됐고, 또 한 아이는 늘 숫자 공부를 하더니 탁월한 연산능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기쁘다. 우리 아이들은 특히 잘 웃는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바보 아빠가 따로 없이, 너무 행복해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5. 마지막으로, 이변이 없는 한 싱가포르에서 아이들을 고등학교까지 보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나나 와이프 모두 싱가포르에서 할 일이 있는 한, 싱가포르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교육 환경을  바꾸는 건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덧붙여 남들은 유학을 보내려고 하는 싱가포르에 살면서, 굳이, 정말 굳이 다시 한국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귀국할 일은 없겠다. 



2023년, 많은 일이 있었고, 힘들었지만, 2024년은 기대가 되는 한 해다. 회사 일도 돌파구를 찾았고, 싱가포르에 심적으로도 정착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제 1시간도 남지 않은 2023년, 아쉽지만 떠나보내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2024년을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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