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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May 31. 2024

중소기업형 창업가의 시대

SME Entrepreneur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기 위해서다. 회사를 다니면 대부분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간혹 회사에서 주어진 일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들어맞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만 할 수가 없다. 내가 몸담았던 스타트업에서는 내 사업처럼 내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창업을 결심하기가 수월했다.



창업과 관련된 경험을 꽤 많이 했다고 여겼음에도 역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일이 꽤 존재했다. 자금을 구하는 일, 회사의 틀을 만드는 일이 그랬다. 먼저, 자금을 구하기 위해서는 창업하려는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건 기본,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보낼 Pitch Deck을 만들어야 했다. 창업을 결심할 때부터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드래프트나 끄적이면서 질질 끌어오다 며칠 전 마음을 먹고 마침내 랩탑을 들고 스타벅스에 앉았다.



예전에 끄적였던 자료를 들쳐봤다. 아… 허접했다. 일단 덱 포맷에 문자 말곤 아무것도 없다 보니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갖다 붙여도 허름해 보일 판이었다. 그림이라도 넣어야겠다 싶어서 검색을 했지만, 별게 없었다. 그러다 ‘Carva’가 생각이 났다. 무료버전에도 충분히 쓸만했으나, 프로 버전에 더 마음에 드는 포맷이 그걸 택하고 내용을 채우기 시작했다. 핵심 메시지는 이미 머리에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ChatGPT와 Claude 3로 조금 더 ‘있어 보이게’ 내용을 채워나갔다. 
 


불과 2시간도 안 되어 1차 드래프트 완성. 다시 ChatGPT와 Claude 3에 덱 리뷰를 맡긴다.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 주고, 보완할 곳을 알려준다. 다시 보완할 부분을 ChatGPT와 Claude 3을 가지고 추가 자료 조사를 하고 워딩을 정리해 채워 나간다. 이걸 몇 번 반복하니 불과 4시간 만에 그럴듯한 Pitch Deck이 완성됐다. 물론 회사 제품에 영상이나 사진도 넣어야 하고,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은 보완을 해야 한다. 덱의 완성도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 수준이다. 놀랍게도 70~80점 수준이 아니라, 90점!! 물론 회사만의 차별점을 부각하는 등의 마무리 작업이 필요하지만, 핵심 메시지가 뚜렷하다면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수준의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머리에 들어있다면, 90점짜리 발표 자료를 만드는 데까지 불과 몇 시간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누구한테 자료조사를 시킬 필요도, 워딩을 다시 하라고 지시할 필요도 없다. 인공 지능 프로그램들이 그 일을 다 해주니, 시간과 리소스 단축이 어마어마하다. 예전 같았으면 이 90점짜리 덱을 만들기 위해 혼자서는 최소 며칠, 팀원 & 상사와 함께 작업한다면 몇 주를 써야 했다.



회사 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법인 설립이나 사업자 등록부터 회사 이메일 계정 등록, 회사 로고와 명함 디자인 등등의 일까지 모두 관련 서비스가 존재하고, 약간의 돈과 시간만 투자하면 예전보다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시간 내에 최소한의 리소스로 해버릴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고, 그걸 실행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면, 그 외 모든 건 외부 도움을 받아 예전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리소스를 들여 해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많지 않은 인원으로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 있는 중소기업형 창업가 (SME Entrepreneur)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내가 꾸리려는 회사도 그런 모습이다. Sales, Marketing,  Product Development, 그리고 R&D를 담당하는 헤드급 인재들과 창업을 하려 한다.



물론 중소기업형 창업가에게도 도전 과제도 있을 거다. 창업이 빈번하면 분야에 따라 경쟁이 과열될 수 있으며, 대기업과의 협력 또는 경쟁 구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명확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 인재라면, 인공지능과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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