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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대표 Sep 17. 2024

중년 창업 - 제3의 길

곧 50이 되는 나이에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하니, 아무래도 30대 창업자와는 가는 길 자체가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



비즈니스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나는 극히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상에 부딪혀 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빠른 시간 내에 개발해 팔릴 제품을 비즈니스화하는 데 관심이 있다. 신선 한듯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데에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전기차란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 대량 생산된 자율 주행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한 일론 머스크가 되기보다는, 전기차 시장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니치 마켓을 찾아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회사를 창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니어를 위한 저속 삼륜 전기차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 정도가 내가 하려는 일이 될 것 같다.



남들이 나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

내 나이 즈음의 사람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고 있다. 젊을 때 창업해 돈을 벌었든, 대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이든, 전문직으로 은퇴까지 고소득을 올리고 있든 간에,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그럭저럭 괜찮은 수입을 주던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을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평범한 듯 평범치 않은 커리어를 걸어왔던 나로서는 창업이 좋은 선택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왜 굳이?"라는 시선으로 보일 만하다.



그럼에도 해야만 했다 

얼마 전 글에 서술했듯, 내가 원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창업은 내게 필수였다. 세상에 누구 하나는 시도했을 법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그런 조직을 만들어 운영해 본 사람이 쓴 책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그 개념을 서술하는 책들은 여기저기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이들을 종합해 내 생각을 입혀 나만의 핵심 원리를 창안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구매자가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충분한 돈을 받고 제공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러려면 첫째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둘째로 그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 과정이 표준화되면 그것이 곧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표준화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좋은 조직 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훌륭한 조직 운영 원리가 필요하다. 그 바탕에 창업자의 철학이 깔려 있어야만 한다. 위에 말했듯 나는 나만의 창업자 철학을 고안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업자의 운영 철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결과는 투입한 시간과 땀에 비례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땀을 흘려야 결과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을 뿐, 결과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필요한 일을 필요한 시점에 하는 것이다. 예시는 너무 많아 열거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간 직장 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삽질’을 보았고, 나 역시 수없이 많이 해왔다. 열심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아는 것, 그리고 시간만 잡아먹을 뿐 중요하지 않은 일은 빠르게 외주를 주는 것이 효율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조직이 커지면 생길 수밖에 없는 비효율까지 막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다만, 비즈니스를 키워가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서는 최대한 비효율을 줄이고,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이 목표다.



필요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좋은 사람이라고 아무나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이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 한 회사 대표를 만나 내 비즈니스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분의 의견은 혹평이었다. "왜 창업 경험도 없는 당신을 믿고 컴퍼니 빌더 모델에 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였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분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하려는 일에 보완할 점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조언해 줄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 따라서 사람도 가려 만나야 한다.



창업을 한 후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떤 날은 즐겁고, 어떤 날은 가슴이 벅차며, 어떤 날은 가슴이 답답하고, 더 심한 날은 가슴이 조여 온다. 그리고 이런 일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 창업을 한 사람이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생기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많은 것을 느낀다. 내일도, 다음 주도, 그리고 다음 달 역시 기대가 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 '왜 이 길을 선택했는가?', '정말 이 방향이 맞는 것인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런 질문들이 나를 계속해서 성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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