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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희 Aug 17. 2021

브런치로 시작한 작가의 꿈, 마침내 출간으로!

독자 투고에서 출간까지 지난 1년 간의 여정



레시피북 제안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요리 선생으로서의 나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개별적인 존재로 놓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활자책을 먼저 내고 싶었지만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 길을 직접 뚫어보기로 했다.

브런치에 그간 올렸던 음식이야기들을 묶어 주제를 정해 기획안을 작성했다. 스스로 마감일을 정해 원고를 써나갔다. 누가 시킨 것도, 이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글쓰는 것만이 당면 과제인마냥 사력을 다해 썼다. 어느 정도 원고가 마련되었을 때 독자투고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투고로 출간 기회를 얻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글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봐줄 사람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동안 인상적으로 읽은 에세이를 펴낸 출판사들의 리스트를 정리했다. 저자 소개와 기획 의도, 목차를 담은 기획안과 샘플원고 다섯편을 첨부해 출판사로 송고했다.  


아트북스. 출판계의 거성 '문학동네'의 예술부문 계열사인 '아트북스'는 정말 좋은 책을 펴내는 곳이다. 이곳에서 펴낸 에세이집 대여섯권을 소장하고 있다. 투고를 하면서도 가망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담담해 보이지만 굉장히 떨린 상태로 메일을 보냈다.



세상에! 그 이튿날 바로 답이 왔다!



손이 날아가게 답을 보내고 '새로고침' 계속 클릭클릭클릭ㅋㅋㅋ



또 답이.....(쿨럭) 이거 현실 맞지??


2020년 5월 22일 금요일, 미팅 장소인 서소문으로 향했다. 얼마나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모른다.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출판사 분들을 만난 후에야 이것이 '가상현실'이 아닌 '진짜현실'임을 자각했다. 나의 모든 것을 가감없이 말씀드렸다. 이 책을 왜 쓰고 싶은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글쓰기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해왔는지.



2020년 5월 출판 계약서에 싸인한다



지난 1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성실하고 열정을 다해 살았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시간과 싸우고, 아이들과 싸우고, 코로나와 싸우며 한 땀 한 땀 글을 완성해 갔다.



프로필도 찍고




그리고 마침내

나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책이었기에 내가  아는 ,    있는것을 쓰고자 했다. '제주 토박이 출신'이라는 특수성과 '요리선생'이라는 전문성을 가미해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있는 음식이야기를 써내고 싶었다. 진솔하게 쓰려고 했고, 자칫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로 흐르지 않도록 줄을 팽팽히 당겼다. 독자들이 울기 전에 작가가 먼저 울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되니까. :) 정신이 비교적 또렷한  쓰기 위해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이나 아이들이 등원하고  오전에 주로 썼다.  글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시 읽으며 매만졌다.


책을 쓰면서 내가 글만큼 애착을 갖고 집중했던 부분은 '그림'이다. 독학으로 머릿 속의 기억을 종이 위에 담아내는 과정은 여간 지난한 일이 아니었다.  번을 스케치했다 지우고, 그리고  그리는 과정을 거쳐 고등어 한마리, 몸국  그릇, 도미조림  냄비가 완성됐다. 완벽하진 않으나  표지 바다에 뛰어드는 고등어와 앙증맞은 고사리부터 마지막 페이지 해녀의 뒷모습까지 손으로 완성했다는데 성취를 느낀다.


감정 과잉을 통제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가면서도 작업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맛의 기억을 떠올렸을  무엇 하나 아련하지 않은 없었다. 찻숟가락에 담긴 성게알은 할머니였고, 갈치의 도톰한 뱃살은 아버지, 기다랗고 여린 고사리는 엄마였다. 콩국과 닭엿을 떠올리면  시절의 외할머니가, 겉은 울퉁불퉁해도 아찔할 정도로 달콤했던 꼬다마는 외할아버지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독자분들도 책을 읽으며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혹은 따뜻한 음식을 내어주셨던 ' '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면 저자로서 매우 행복할 것이다.


오늘 글의 마무리는 책의 추천사를 써주신 이연실 선생님의  글로 갈음할까 한다. "입이 약간 벌어진   책을 읽었다." 라는  문장에서 눈물이  돌더니 "살아가라, 살아있어라." 문장에 이르러선 저도 모르게 엉엉 울고 말았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 담고자 했던  마음을 알아봐주셨음에 감동해서...


'나고 자란 고향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과연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씨줄과 날줄로 이어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푸른 바당과 초록의 우영팟>이 팍팍한 일상 속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책이 된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 � �⠀

 입이 약간 벌어진 채 이 책을 읽었다. 해녀왕 할머니가 날미역에 싼 성게알을 주며 “아~ 해보라” 할 때부터였나. 아니면 홍해삼이 품은 짙푸른 바다 내음이 실제로 코끝에 훅 끼쳐서 움찔할 때부터였나. ⠀

허기진 저녁에 국밥 들이켜듯 책장은 후루룩 저절로 넘어갔고,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 크게 벙그러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 제주로 이주한 우리 엄마가 무릎이 아프도록 따러 다니던 고사리가 맘속에서 쑥쑥 자랐다. 들여다보면 거울처럼 내 얼굴이 반짝 비칠 듯해 제주 시장에서 넋 놓고 들여다보았던 은갈치가 출렁거리며 맘속을 헤엄쳐 다녔다. 우영팟에서 기른 싱그러운 채소들은 ‘외할머니의 채소 팔레트’에서 튀어나와 온 세상에 수채화를 그렸다. 평소 편의점 음식과 배달 음식으로 연명하던 나는 내 ‘대충 밥상’을 걷어차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

이 싱그러운 식재료들에 시간과 사랑을 더해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애틋하고 다정한 책 속의 제주 사람들은 나더러 지치지 말고 살아라, 살아서 맛난 거 챙겨먹어라, 네 삶이 아무리 좀스럽고 허약해 보이는 날에도 비행기 한 시간만 타고 날아가면, 출렁이는 큰 바다와 그 바다가 키워낸 먹거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몸 축나게 자기를 몰아붙이지 말고, 굶지도 말고, 뭐든 못 자고 못 먹으며 하지 말고, 생생하게 살아가라, 살아 있어라…… 이 책은 그렇게 나의 몸과 맘을 온통 흔들어놓았다. ⠀

 나는 육지것이라 그간 제주 음식을 대차게 먹기만 하고, 제대로 불러주지는 못했었다. 이 책에서 먹기만 하던 그 입으로 아름다운 제주 음식들의 이름을 배우고 불러보았다. 구쟁기, 구살, 솔라니, 멜, 놈삐, 쉰다리…… 음식맛과 글맛이 황금비율로 뒤엉켜 혀끝과 가슴속까지 찌르르 울린다. ⠀

 나는 언제나 에세이는 살아온 대로 그 사람의 삶만큼 쓰이는 것이라 말해왔다. 이 책은 억지로 짜맞춘 글이 아니라, 바람처럼 파도처럼 노래처럼 흘러나온 글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터와 업과 주변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면, 이런 문장이 빚어지는 걸까. 엄마와 할머니의 음식 만드는 손처럼, 저자가 ‘전국구’의 꿈에 실패하여 제주로 내려온 뒤 그 쓰라린 패배 속에서도 다시 기운 차리기 위해 먹었던 몸국의 맛처럼, 작가가 이 책에서 가려 뽑은 단어 한 마리, 문장 한 뿌리들이 모두 자연스럽고 깊고 향기롭다. 어린 시절 상처받은 손녀딸에게 닭엿을 주면서 할머니는 “울고 싶을 땐 울어사주. 참지 말고 울어. 다 지나갈 거여. 분명 다 지나간다” 말해주었다고 한다. 태어나 단 한 번도 들어보지도, 먹어보지 못한 닭엿이라는 음식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맛본 듯했다. 단침이 고이면서, 눈물이 따라 고였다. ⠀

 침과 눈물이 절로 같이 흐르게 하는 이 책을 어쩌면 좋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허기지지 않았고 텅 비지 않았다. 좋은 음식이 사람의 몸과 삶을 통째로 안아주는 마법을 나는 이 책에서 목격했다. 몇 해 전 식구들이 전부 제주로 이주해 반(半) 제주인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제주의 맛을 다 알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이 책을 모르고 떠나는 제주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제주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삼시세끼마저 부족해, 몇 끼는 더 추가해서 먹고 싶어지는 제주. 다음에 갈 땐 이 책을 품에 꼭 안고 가서 가족들과 더 잘 먹고 더 사랑하겠다. ⠀

_이연실 (『에세이 만드는 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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