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유 Aug 23. 2022

병원은 위드 코로나가 불가능한가

코로나로 인한 가족 생이별.

결국 아버님을 요양병원에 모셨다. 집에 가고 싶다는 아버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면서 가족들은 애써 내색하지 않았지만 모두 가슴이 무너진 듯했다. 코로나 때문에 병실에는 가족 한 명만 올라갈 수 있어 큰며느리만 올라가서 아버님을 살펴드릴 수 있었는데, 섬망으로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있는 아버님은 요양병원을 낯설어하며 어리둥절해하셨단다.

무엇보다 절망스러운 것은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유리창을 사이에 둔 비대면 면회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아버님 휴대전화로 전화도 할 수 없단다. 물론 쓰러지신 후 아버님 혼자서 전화를 받지 못하지만 만나지도, 전화통화도 할 수 없는 상황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낯선 곳에 남겨진 아버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자식들이 당신을 버린 것이라 생각하시면 어쩌나 애가 탄다.

사실 그동안 친정 부모님, 시어머니 모두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 돌아가셔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24시간 살펴줄 간병인을 따로 두었지만 뵙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었다. 주말에는 꽤 오랜 시간 부모님을 살펴드릴 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같이 있다 헤어질 때마다 슬프고 섭섭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얼굴도 보고, 손도 잡아드릴 수 있는 상황이 백배, 천배 좋은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요양병원이 엄격하게 면회를 제한하는 이유를 이해는 한다. 지금은 코로나가 감기와 같다지만 고령의 어르신에게는 여전히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다. 집단생활을 하시니 누구 하나 걸리면 곧바로 집단감염으로 이어지니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면회를 제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좀 더 유연할 수는 없을까? 그나마 병원에 있을 때는 PCR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을 받으면 부모 곁에 있을 수 있었다. 한 번 병원에 들어가면 24시간이 지나야 다른 사람과 교대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아예 볼 수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원래는 병원에서 퇴원할 때 재가 간병인을 두고 집으로 모시려고 했다. 24시간 재가 간병인 비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모두들 아버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어머니가 햇수로 5년 정도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그다지 좋은 기억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노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맡기기에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아버님을 요양병원에 모신 것은 최소한의 재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버님을 돌봐드리던 간병인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집으로 모시겠다는 말에 간병인은 펄쩍 뛰었다. 걷지도, 음식을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는 분을 재활을 시켜야지, 어떻게 집으로 모시려고 하냐며 말렸다. 무엇보다 걷지를 못하시면 간병인 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에 가족들은 꼬리를 내렸다. 간병인의 도움 없이 가족들끼리 아버님을 24시간 케어하는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버님은 재활이 필요하다. 9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잘 걷던 분이었다. 사레가 잘 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드시고 소화도 잘 시켰다. 그랬던 분이 10일 정도 병원에 있는 동안 걷지도 못하고 거의 음식을 넘길 때마다 사레가 들어 힘들어하니 재활이 필요하긴 하다. 최소한 화장실만이라도 일어나서 가고, 음식을 잘 드실 수 있어야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다.


요양병원에 모시자고 생각할 때만 해도 10일 정도면 아버님이 걸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병원에서 퇴원하기 며칠 전에는 휠체어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하셨으니 금방 걸으실 수 있을 것 같았고,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어제 요양병원에 가셨는데, 그날 오후 열이 올랐다고 한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는데, 병원에서는 흡입성 폐렴을 의심해 금식을 시켰다. 음식물이 자꾸 기도로 넘어가 흡입성 폐렴을 일으키면 콧줄을 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 텐데, 그건 정말 싫다. 끔찍하게 싫다.

아버님이 이 모든 상황을 잘 이겨내고, 예전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회복하셨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면회조차 안 되는데, 아버님을 오래 병원에 모실 수는 없다.  


생이별을 한 상태로라도 오래 사시는 게 더 좋은 것일까?

가족들이 병원만큼 케어는 못하겠지만 가족들이 곁에 있는 게 좋은 것일까?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으면서 가족들이 자주 찾아뵙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르신들이 살기 위해 너무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코로나 시대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간다. 앞으로도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위드 코로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시아버님의 선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