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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유 Jul 21. 2022

동의? 사실상 강요 아닌가

개인정보수집 활용 동의 

여름에 입을 원피스를 몇 개 검색했더니 포털 사이트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원피스 광고가 보인다. 

온라인 서점에서 읽을만한 책을 검색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책들이 인터넷에 자꾸 노출된다.

참으로 신통방통했다. 뭐지? 마술인가? 착각할 정도로 나를 잘 아는 누군가가 나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템을 자꾸 보여준다. 

알고 보니 마술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나의 행적을 토대로 나를 분석해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었다. 요즘엔 불특정 다수에게 무작위적으로 광고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알고리즘에 의해 그 사람에게 맞는 '맞춤형 광고'를 하는 것이 대세다. 그만큼 정보의 힘은 더 커져 정보가 곧 돈이 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맞춤형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싫지만은 않다. 자칫 관심 있는 정보만 받다 보니 편향될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찾고 있는 정보를 알아서 제공해주면 일일이 검색해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편한 점도 있다. 

하지만 내 개인정보가 여기저기에서 수집되고 이용된다는 것은 여전히 익숙해지지도 않고, 거부감이 든다. 물론 표면적으로 나는 내 개인정보 수집 활용을 거부할 수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이든, 앱이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해야 한다. 법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서비스 이용을 제한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조건 동의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업체들이 아주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정보를 수집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고객이 서비스를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혹은 서비스와 관련이 있는 업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척했다.


그런데도 아주 센 놈이 나타났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동의를 당당하게 요구했다. 동의를 요구하는 항목들을 보면 아예 대놓고 내 정보를 여기저기 팔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1. 맞춤형 광고 표시를 위해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동의하라

2.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정부 기관, 수사 기관, 분쟁해결기관에도 제공하겠다.

3. 다른 나라 지사나 데이터센터에도 보내겠다.

4. 위치 정보도 수집하겠다.


이쯤 되면 센 놈이 누구인지 다들 짐작할 것이다. 요즘 이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멋지게 거부하고 센 놈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끊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깊이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주요 매개체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어지간히 독하지 않고서는 끊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을까? 내 정보의 주인은 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내 정보를 공개해 얻는 이점보다 어쩐지 내 정보가 다른 누군가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느낌이 많이 든다. 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안 해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미 너무 디지털 세상에 깊숙이 들어왔고, 익숙해졌기에 센 놈의 뻔뻔한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고민한다. 


세상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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