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알려졌지만 가볼 만한 제주 명소
지금까지 제주를 4번 정도 갔다. 그러다 보니 아주 유명한 제주 관광지는 웬만큼 다 둘러보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가능한 한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고 싶었다. 비록 제주도였지만 3년 만에 처음 떠나는 여행이라 해외여행을 갈 때만큼 마음이 설렜다.
일단 인터넷에 '숨은 제주 명소'라는 검색어로 가볼 만한 곳을 찾았다. 한 12곳 정도를 찾았는데 남편과 상의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3박 4일 여행기간 동안 오전에 한 곳, 오후에 한 곳 정도 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면 하루에 3~4곳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체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 조금은 느리게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송악산을 선택한 이유는 올레길 10코스 중 가장 걷고 싶은 곳으로 유명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송악산 입구에서 해안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오른쪽에 송악산이 보인다. 정상까지 20분이면 충분히 도착하는데, 모처럼의 산행이라 그런지, 아니면 코로나 2년 동안 살이 쪄서인지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끝도 없이 이어진 계단을 겨우 올라 정상에 도착하니 어지러웠다. 정상에서 본 바다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송악산 입구에서 시작해 40여분 정도 천천히 걷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햇빛은 따가웠으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꽤 걸을만했다.
송악산과 올레길 10코스
카멜리아는 '동백나무'란 뜻이다. 이름처럼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이네, 여름이라 정작 동백은 많이 보지 못했다. 대신 여기저기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이 또한 7월 말의 더운 날씨 때문에 아주 싱싱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워낙 볼거리가 많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충분히 좋았다.
가다 보면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문구가 보이는데, 그 문구를 보자 왠지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면서 꽤 오래 정원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카멜리아 힐. 이 모든 것은 개인이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조성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름이 독특해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이 너무 예뻤고, 올레길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여행 둘째 날, 아침을 먹자마자 곧바로 달려갔다. 드디어 인터넷에 많이 본 대형 의자가 눈에 들어와 얼른 주차를 하고 의자공원에 진입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나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예쁘지 않았다. 1000개의 의자가 있다고 했는데, 체감되지는 않았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왔지만 의자공원을 보는데 30분이 채 안 걸린 것 같다.
섭섭한 마음에 동네 분들에게 물어 아홉굿을 찾았다. 굿은 제주말로 연못처럼 물이 고인 곳이라는 의미인데, 마을 곳곳에 아홉 개의 우물이 있는 줄 알았는데, 한 군데 모여 있어 신기했다. 의자공원보다는 아홉굿이 개인적으로 더 볼만했다.
우물이 한데 모여있다.
원래 가려했던 곳은 협재굴이다. 날이 더워 시원하게 동굴 구경을 하면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하자는 속셈이었는데, 협재굴을 찾아 가보니 한림공원이 나왔다. 알고 보니 한림공원 안에 협재굴이 있었다. 협재굴 이외에도 야자수 길, 아열대 식물, 조류사파리, 연못정원, 분재 등 총 9개의 테마가 조성되었다.
야자수는 제주도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차원이 다른 높은 나무여서 볼만했다. 이 야자수를 공원을 조성한 창립자가 황무지 모래밭에 직접 씨를 부려 키웠다니 더 대단하다.
야자수 길
야자수 길을 지나 조금 더 가다 보면 원래 가고자 했던 협재굴이 나온다. 근처에 가니 에어컨 못지않게 신기한 냉기가 더위를 식혀준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재굴은 그리 크지 않은데, 협재굴을 지나면 곧 더 큰 규모의 쌍용골이 나온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든 동굴 안 모습이 신비롭다.
개인적으로 분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을 너무 인공적인 힘으로 강제로 모양을 갖추었기 때문인데, 한림공원에 있는 분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분재 테마 공간은 꽤 크고, 상당히 다양한 분재를 선보이고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보았다.
이밖에도 제주민속마을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한 공원 안에 여러 테마가 있으니 지루하지가 않다. 우연찮게 한림공원을 보게 된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숙소 가까이에 있던 곳인데, 처음에는 정말 일반 슈퍼마켓인 줄 알았다. 슈퍼마켓치고는 외향이 화려해 제주에 머물 동안 한 번은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궁금증이 커졌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뜻 밖에도 미디어아트관이었다. 2022년 5월 아르떼 뮤지엄 강릉을 간 적이 있는데, 난생처음 접한 미디어 아트에 넋이 나갔었다. 그래서 노형슈퍼마켓의 미디어아트는 어떤지 너무 궁금했고, 서울로 돌아오는 날 드디어 방문했다.
미디어 아트의 기술적인 차원만 보면 아르떼 뮤지엄보다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채색의 슈퍼마켓 공간에서 시작해 문이 열리면 전혀 다른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는 스토리가 있고,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보여주어 충분히 즐길만했다. 메인 미디어 아트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간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어느 층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랐다. 다른 디지털 룸도 개성이 있어 좋았다.
처음 시작점이 무채색이라 이후 미디어 아트의 색채가 더 돋보이는 듯하다.
메인 공간의 미디어 아트 작품
너무 더워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찾다 방문한 곳. 개인이 소장했던 자동차와 피아노를 전시한 것이라 해서 그렇게까지 규모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구에 들어서면 야외에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자동차가 전시된 야외 공간에 사슴들도 한가로이 다니는데, 사람에게 익숙한 듯 서슴없이 다가온다. 당근 스틱을 주면 아주 잘 받아먹는다. 너무 많이 주면 더 달라고 한동안 따라다니니 조심.
야외에서 한동안 구경한 후 실내 전시관으로 들어가면 더 놀라운 세상이 펼쳐진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마치 마차처럼 생겼다는 건 처음 알았다. 1층과 2층에 꽤 많은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는데, 차들이 정말 예쁘다. 왜 지금은 저렇게 예쁘게 차를 만들지 못할까. 아마 효율이 떨어져서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올드카들의 디자인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 많은 자동차들이 다 개인 소장품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2019년에는 피아노 박물관도 함께 개관하였는데, 이 역시 개인 소장품이다. 자동차에 비해서는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피아노의 역사와 옛날 피아노의 멋스러움을 직접 보게 되어 좋았다.
다리가 아파 찬찬히 들러보지 못한 게 아쉽다. 찬찬히 설명문도 읽어보며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