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즈유 Sep 20. 2022

MZ 세대의 골프 열풍

딸, 골프를 시작하다  

"골프를 배워야겠어"

이제 갓 30세를 넘은 딸이 어느 날 선언하듯 말했다.

사실 우리 부부는 골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가 젊었을 때만 해도 골프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필드에 한 번 나가면 최소한 인당 25만 원 이상 들었다. 둘이 나가면 최소 50만 원인데 한 달에 한 번만 나간다 해도 그만한 돈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이유는 또 있었다. 멀쩡한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비싸기도 비싸고, 저렇게까지 환경을 훼손하는 골프를 남들 다 한다고 덩달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딸이 골프를 시작하겠단다. 딸은 골프를 칠 줄 알면서 안 치는 것과 아예 안 치는 것은 다르다며 일단 골프를 배워두겠다고 한다. 오케이. 따님 생각이 그러시다면야 우리 가치관을 내세우며 말릴 이유가 없다.


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여서 골프장 알아보고 등록하는 데 한 달 이상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인터넷으로 열심히 알아보더니 다음 주 주말에 바로 등록하고 왔다. 바로 집 앞에 있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골프 연습장이었다. 잘 생각은 안 나는데 개인 레슨비와 연습실 이용료 합쳐서 180만 원쯤 했던 것 같다. (한 달 이용료는 아니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한다면 서너 달은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인 듯)


우리 집 앞에는 골프 연습장이 꽤 많다. 역 주변이어서 그런지 눈을 돌리면 다 골프 연습장이다. 내 눈에 띈 것만 해도 3~4개는 되는 것 같다. 그 골프장들을 보면서 요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저 많은 연습장이 다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걱정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점이든, 옷가게든 손님이 없으면 괜히 '이러다 이 가게 문 닫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코로나가 한창 극성일 때 내 눈앞에서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이런 오지랖은 더 심해졌다.


"이 주변에 골프연습장이 8개가 있대. 그런데도 수요가 너무 많아 감당을 못한대. 그래서 처음에는 레슨을 20분씩 했는데, 너무 가르칠 수 있는 프로가 부족해 15분으로 줄였대"

"그래? 그렇게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니... 다행이네......"

"응, 내 또래가 요즘 많이 배운대. 지금 골프 시작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MZ 세대인가 봐"

"그렇구나"


세상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생각이 달라진 것일까? 확실히 예전에 비하면 골프가 많이 대중화되긴 했다. 스크린골프장도 많이 생겨 큰돈 들이지 않고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골프채가 비싸긴 하지만 그 또한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 비싼 것도 아니다. 그러니 MZ 세대들이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상은 변했는데, 나만 "골프=돈 많이 드는 귀족 스포츠"라는 고정관념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나름 큰돈을 지불해서인지 딸은 꽤 열심히 골프를 배우고 있다. 일이 너무 바빠 매일 11시 넘어 귀가하는 날이 많은 데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골프를 배우려고 한다. 그런 딸을 보더니 남편 마음에도 바람이 분다.

"나도 골프 배울까 봐. 나이 들어서 골프만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도 없는 것 같아. 너도 같이 하자"


헐.

지금껏 남편은 자기의 철학 때문에 골프를  치는  알았다. 잠시 실망감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골프를 배우고 싶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모든 것이 변하는  당연하고, 생각도 얼마든지 변할  있는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책에서 만난 아버지는 볼 때마다 새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