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 편리함을 주는 반면 반드시 해악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기술을 도입할 때 그 부작용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기술 과잉은 아닌지 다른 해결책은 없는지 먼저 살피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패시브 하우스의 기본 사양인 열 회수 환기장치를 살펴보자.
단열이 거의 완벽한 주택에서 실내외 공기를 강제 순환시키면서도 열 손실은 막아주는 필수 기술이다.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면 패시브 하우스 거주자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덕트, 팬, 필터 등의 관리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를 장기간 소홀히 하면 오히려 공기 오염원이 될 수 있는 한계도 배제할 수 없다. 관리 부담은 열회수 환기장치뿐만 아니라 모든 환기장치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듯이 건축 기술도 과도하면 부작용이 생기고 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해진다. 기술 과잉이다. 차라리 냉난방을 줄임으로써, 단열 수준을 완화하고 이에 따른 강제 환기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은 어떤지 생각해 볼만 하다.
자연의 흐름을 깨는 인위적 활동인 건축은 어차피 부작용이 예정된 것이다. 다만, 합리적 건축은 그 부작용을 피하려고 다른 부작용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큰 불편만 없다면 부작용 자체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제안하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건축이 자연의 이치를 바탕으로 삶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