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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우 Jul 10. 2021

'유화'에 관하여

요리일까 화학일까 그 경계선에서..

유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하여 보았다.

‘융합되지 아니하는 두 가지의 액체에 계면 활성제를 넣어서 섞고 한쪽의 액체를 다른 쪽의 액체 가운데에 분산하여 유제(乳劑)를 만드는 조작.’ 좀 더 쉽게 풀어 설명을 하게 되면 절대 섞이지 않는 두 가지 액체를 어떠한 작용에 의하여 한 가지 액체로 융합시키는 화학적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물과 기름은 절대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매개체를 통하거나 물리적인 압박을 통해서 두 가지를 섞이게 만드는 것, 한국어로는 유화, 영어로는 이멀젼(emulsion)이 되겠다.


 개인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파리에 있던 시절 제일 첫 수업에서 프렌치 소스의 가장 베이스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마요네즈(Mayonnaise)’의 만드는 절차를 볼 때 받았던 충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을 할 수 있다.


 계란 노른자에 미량의 식초와 머스터드를 넣고 섞은 후 포도씨유나 해바라기씨유와 같은 맛이 중성적인 기름을 조금씩 부으면서 거품기로 섞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노랗고 하얀 말린 오징어를 찍어 먹으면 너무나 환상적인 소스가 완성이 된다. 



 과학적으로 마요네즈를 좀 더 들여다보자

계란 노른자 속에는 우리가 콩 껍질 속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레시틴 성분이 많다. 레시틴은 자기 본연의 형태를 유지시키려는 경향이 매우 강한데 그러하기에 우리가 계란을 깼을 때 흰자는 주변으로 퍼짐에도 노른자는 본연의 동그란 형태를 유지하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레시틴이 기름과 만났을 때 기름이 분리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같이 잡고 가둬두는 천연 유화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마요네즈에 첨가가 되는 미량의 머스터드 또한 노른자를 받쳐주는 유화제 역할을 하며 마요네즈가 더욱 단단해지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와 비슷하게 노른자를 유화제로 사용하여 유화를 시키는 사례는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노른자에 녹인 버터라는 지방을 넣고 만드는 홀렌다이즈(Hollandaise) 소스, 같은 범주에 있는 베아르네즈(Béarnaise) 소스 등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와 ‘리소토’ 또한 기름과 물이 섞이는 유화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대표적으로 파스타를 조리 시 소스에 삶아 놓은 면을 부은 후 면수를 계속 추가하여 농도를 잡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이탈리아의 조리법으로 들어간다면 면과 소스가 어느 정도 농도가 나왔을 때 불을 끄고 만테까레(Mantecare, 면이 소스를 더욱 빨 아들수 있게 불을 끄거나 매우 낮은 불에서 계속해서 소스와 면을 섞어주는 것)라는 것을 하여 마무리를 하는 게 보통인데 알리오 올리오를 예를 들어 올리브유와 면수는 서로 절대 섞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 올리브유라는 기름과 면수를 섞이게 하는 유화제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파스타 면 그 자체이다. 파스타면은 뜨거운 물에서 조리가 되면 될수록 특유의 전분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전분을 많이 품고 있는 상태로 위에서 언급한 만테까레를 하는 순간 전분은 기름과 물을 한대로 엮이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하며 우리는 유화가 된 상태를 볼 수가 있고 덕분에 맛적으로 면수의 짭짤함과 마늘이 우려난 기름의 조화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리소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화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전통 레시피를 들여다보면 리소토의 마무리는 늘 버터와 파마산 치즈가 들어가야 하는 걸 알 수 있다. 육수를 계속 끼얹으며 쌀을 죽처럼 익히는 리소토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끈적한 죽에서 찾을 수 있듯 쌀에서 찰기가 생기게 되고 덕분에 버터는 리소토 속에서 유화를 하게 된다. 물론 치즈가 위의 마요네즈 속 머스터드처럼 쌀과 육수와 버터의 유화를 돕은 조력자 역할 또한 한다.


 사실 파스타의 만테까레, 리소토 그리고 프렌치의 대표적인 생선 소스인 버흐 블랑(beurre blanc) 등에서 또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모두 다 액체 상태의 조건에서 기름(버터)을 유화시킨다는 것인데 여기서의 유화가 되느냐의 전제조건은 그 액체의 상태가 너무 뜨거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지방을 더하게 되었을 때 유화가 되기보다는 분리가 되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 그렇기에 두 가지 액체를 유화시키는 데에 있어 적정한 온도 또한 매우 중요한 매개체 임을 알 수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공적인 유화제 또한 많이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 아이스크림의 포장지에 적힌 성분 표시등을 보면 ‘유화제’라고 적혀 있거나 구아검, 잔탄검 등의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무언가 다른 액체들이 유화가 된 상태의 식품을 우리는 먹고 있는 것이다. 


 위의 유화제들 덕분에 식품 산업에서나 실제 주방에서나 얻고 있는 장점들이 여럿 있다고 생각을 해보게 하는데 암만 자연적으로 유화를 시켜 음식을 만든다 한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또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화는 자연스럽게 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MSG라는 화학첨가물에서 오는 논쟁과 같은 선상에서의 고민이 여기서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과연 사람의 인체에 이것이 해로울까에 대한 고민 말이다.


 요리 레시피들을 보면 볼수록 드는 생각들 중 하나가. 과연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화학 실험실에 와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만 우리가 ‘먹는다’라는 생각에 간과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요리의 과정은 일련의 화학적 변화에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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