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음식들을 먹다 보면 가끔 우리나라 음식에 간장이 빠지는 경우가 잘 없듯 피시 소스 향이 곳곳에 잘 풍겨 옮을 느낄 때가 꽤나 많다. 요즈음에는 워낙 대량 생산이 어느 제품 할 것 없이 가능한 시절인지라 피시 소스들 에도 MSG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하튼 발효된 재료를 통해 음식의 간을 맞춘다는 것은 음식의 맛에 관련하여서는 풍미를 극대화시켜 줌 에는 일말의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는 부분이긴 하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 교류가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보이긴 하지만 미식적인 관점에서 우리에게는 ‘젓’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에 피시 소스가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지 흥미를 느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젓갈’의 기록에서의 첫 등장은 ‘삼국사기’이다. 신라의 31대 왕 ‘신문왕’이 서기 683년 결혼 선물로써 쌀, 술, 육포 그리고 ‘젓갈’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외에도 중국 진나라의 역사서에 동이족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고구려인 들은 장과 발효된 생선을 담그는 기술이 발달했다 라는 언급이 있는 걸로 봐서도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젓갈’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식문화가 아님은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전역에 생선을 발효하여 만든 소스류가 생겨난 데에 있어서는 사실 중국의 영향의 매우 컸다는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단어의 간장, 된장 등의 ‘장’이라는 단어 또한 중국어에서 유래되었다는 부분을 봐서도 중국에 기원이 있는 건 지금까지 발견된 사료 로써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신기하게도 장과 피시 소스의 역사는 괘를 같이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중국 주나라의 사료에 보면 대두와 소금 그리고 생선을 같이 발효하여 조미료로써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세월이 흘러 한나라가 들어서는 시기부터 대두와 생선을 따로 발효하기 시작하였고 이때 생선을 발효하기 시작하였던 게 매우 신기하게도 지금의 ‘케쳡’과 동양식 피시 소스의 유래가 된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매우 유심히 관찰해야 할 부분은 대두와 생선을 따로 발효하기 시작하며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극동 아시아와 동남아의 요리의 길이 확 바뀐다는 점이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극동아시아는 ‘간장’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요리가 발전하는 데에 비해 동남아 국가들은 오히려 피시 소스를 자기네 형태로 발전시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편으로 이해가 가는 점은 간장의 주원료인 대두의 주 원산지가 고구려와 중국 북쪽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원재료의 수급의 관점에서 바라보아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피시 소스는 꼭 동양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도 자기네 형태의 피시 소스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탈리아 북부의 멸치를 발효시켜 만든 소스 ‘콜라투라’의 기원으로써 로마시대의 ‘가룸(Garum)’을 꼽는다. 로마 시대 귀족들 만이 주로 누릴 수 있던 특권으로써 빵 위에 발라먹기도 했다는 이 소스는 지중해에서 나는 생선들에 소금을 넣고 발효를 시켜 만든 일종의 피시 소스이나 동양과의 차별성은 여기다 오레가노, 타임, 월계수 잎 등의 지중해 허브들을 넣고 같이 발효했다는 점이다.
가룸의 후예들은 사실 아직까지도 앞서 언급한 콜라투라 이외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영국의 우스터셔(worcestershire) 소스로 지금은 그 누구도 정확한 레시피를 모른다 하지만 초창기엔 발효한 멸치가 들어갔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의 요리 트렌드와 연결하여 피시 소스를 다시 한번 주목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한 들기도 한다. 지금 세계의 어느 산업이나 늘 중요한 화두는 바로 지속가능성 즉 ‘Sustainability’이다. 생선의 경우 쇠고기를 비롯한 육고기에 비해 손질 후 버려지는 부위가 훨씬 많은 편이다. 이유인즉슨 생선의 몸의 비율에 대가리와 내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육지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남은 대가리와 내장을 발효를 시켜 2차 생산품으로써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선이 피시 소스 또는 액젓으로 발효되는 과학적인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이 점은 더욱더 일리가 있다. 우리가 빵 반죽을 인공적으로 발효시킬 때 효모가 필요하듯 생선을 발효하는 과정에서도 효모의 존재는 필수 적이다. 그러나 굉장히 신기하게도 생선의 여러 가지 부위에서 효모가 가장 풍부한 부위는 누가 뭐라 해도 ‘내장’이 가장 풍부 한지라 똑같은 이유로 생선이 부패하는 경우에도 보통 내장부터 물러지는 경우가 제일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2차 가공으로써 재활용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액젓’에 좀 더 경쟁력을 심어 두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보는 편이다. 물론 각 나라마다의 피시 소스를 만드는 레시피가 다르고 특징이 다르지만 이렇게 세계화의 시대에서 오히려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은 가장 로컬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우리만의 노하우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 때문이다.
이미 베트남의 느억맘, 태국의 남쁠라, 이탈리아의 콜라투라 같은 소스들은 하나의 브랜드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데 비해 우리도 우리만의 좋은 액젓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콘텐츠로써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k-문화가 다양한 방면에서 좀 더 빛을 바라길 바라보며 오늘의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