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래가 없다고 할만큼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적어도 나는 미국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선두에 있다고 믿었건만.
동시에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음모론도 음모론이 아니라 실재하는 이야기라고 믿어왔다.
미국 선거인단 투표가 부정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으며, 그 부정의 증거와 방식들도 무작위하게 흘러다니고 있다.
사실이든 아니든 '민주주의의 꽃'이라며 대중들에게 아주 대단한 권리가 주어지는 것 처럼 세뇌당했던 선거가 어떤식으로든 조작될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꼭 투표방식에 부정적인 방법이 사용되는 것만을 부정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를테면 고래 같은 세력이 있어서 그들이 만들고 싶은 세상을 위해 그럴듯한 지도자 차림을 한 사람을 내세우고, 마치 그 지도자가 지저분하고 더러운 현 시대의 불쾌함을 깨끗하게 씻어내줄 거라고 아름답게 포장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민주적인 투표에 의해 선출된다는 그 방식은,
결국엔 언론으로 대표되는 매체와 포장되고 만들어진 지도자의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에 현혹되어 나같이 우매한 민중들이 '의도된 답안지'에 이끌려가서 답을 적고 나오게 하는 아주 멍청한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가 911테러 이후로 이렇게 떠들썩했던 때가 있었나 싶을만큼 혼란스러운데도, 매일 매 순간 티끌하나 없이 맑은 보석이 내 곁에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생 후 만 오년을 갓 넘은 반짝이는 보석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 반짝임이 하늘을 찌를 기세다.
보석의 고민은 이따금씩 자기를 화나게 하는 유치원 친구들.
그리고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지만 엄마의 손에 끌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억울함.
몇 젓가락 먹고 배부르다며 남기는 엄마로부터 '저녁 밥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지.'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아이러니 정도다. 물론 보석에게 인생 최대의 고민거리겠지만.
시국이 혼란한 때라 매일같이 식탁의 주제가 무거운데도, 보석은 매일 반짝인다.
"엄마, 겨울은 언제와? 나 북극에 가서 엄마한테 눈을 던지고 싶은데. 눈썰매도 타고 싶어. 스키도."
"엄마, 지금 가을이야 겨울이야? 유치원 갔다오면 너무 금방 깜깜해지는데. 정말 겨울이 된건가?근데 왜 눈은 안오는거야?"
"엄마, 잘 때 내 발냄새 밭으면서 자. 난 엄마가 내 발 만져줄 때 너무 좋아. "
"엄마. 아빠 왜 안오지? 내생각엔 분리수거만 하고 오는게 아니라 편의점에 맥주사러 간 거 같애. 엄마한테 칭찬받으려고."
트럼프냐 바이든이냐로 미국이 아니라 전 세계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어쩜 이토록 해맑을 수가 있단 말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며 미간이 찌푸려 지다가도 쏟아지는 보석의 눈을 바라보며 가만히 재잘대는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분간이 안간다.
"엄마. 지금 아빠랑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나도 알아들으면 좋겠어."
"엄마. 쏼라 쏼라 왈라 왈라. 르 부르우왁. 이런 영어도 있어?"
"나 오늘은 아빠하고 샤워할래. 거품목욕하면서 아빠 욕조에서 나가지 말라고 해야겠다."
"엄마 나 오늘 발레 하면서 토끼 스티커 세 개 받았어. 아직 삼십오개야. 칠십개 모아야 왕토끼 받는대."
인간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잠깐이라도 잊게 하기 위해 아이라는 존재가 있는걸까.
나도 어릴 때 저렇게 맑았을까 싶을 정도로 해맑은 보석을 바라볼 때마다 어쨌든 내 마음도 치유가 된다.
그리고 이런 보석을 보며
인간이 알 수 없는 거대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 있더라도,
소용돌이 속 아주 깊은 내면은 밝고 고요하고 빛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
나의 보석은 환난 속에도 기쁨고 행복이 있으며, 희망차고 밝은 미래가 있음을 매일같이 확인시켜준다.
마치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