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주 정도 되었을까.
그 동안 나에겐 아무일도 없었으나, 아주 조금씩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기 같은 건 없었다.
굳이 찾자면,
어쩌다 모닝 커피를 마시다 '책을 좀 제대로 읽어볼까?' 가 전부인 것 같다.
학창 시절을 빼면, 독서를 '집중'해서 한 기간이 없었고, 그렇기에 항상 머릿속 지식이 얄팍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아는체라도 하는 게 어디야. 라고 자위했지만, 어느 순간 '아는 체' 라는 게 쪽팔렸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마천의 화식열전
-대학,중용
-아무튼,메모
-사람들은 왜 소비하는가
-트렌드 코리아 2021
-지적자본론
트렌드코리아와 지적자본론은 읽는 중이고, 나머지는 다 읽었다.
이 몇권 읽었다고 식견이 넓어지겠냐, 라고 물으면 해줄 말이 없다.
그런데 책을 읽고, 그 다음 책을 또 읽고, 또 읽고. 이 행동을 서너 번만 반복하면 몸에서 알아서 책을 원한다.
그렇게 읽고 또 읽다보면 열권, 스무권, 오십권, 백권이 되겠지.
욕심내면 지쳐서 그만두겠지만, 끊기지 않게 주-욱 읽어내려갈 것이다.
아는체 말고 진짜 알기 위해서.
그리고 발레를 시작한 지 사개월이 되었다.
이것도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운동이라 초반에는 선생님 동작을 흉내내기도 바빴다.
자세는 커녕 근육에 힘을 주고 빼는 방법조차 몰랐었다.
그래도 하고 나면 마냥 뿌듯함에 세달이 지났다.
그리고 사개월차. 여느 때 처럼 수업을 가려는데. 왠지 그날따라
'오늘은 몸 근육 하나하나에 집중을 해 볼까.' 싶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선생님이 알려준 포즈를 취할 때마다 몸 안의 근육들이 반응하는 게 느껴졌고, 그 반응이 내 포즈로 나타나는 게 보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세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 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 뒤로 일 주일에 두번 씩 가는 수업때마다 잡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몸에만 집중해서 운동을 한다.
단시간에 집중하는 활동이 이렇게 삶에 생기를 줄 수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마지막. 글쓰기.
글을 쓰는 재주는 없다. 그리고 주제도 들락날락한다.
아이가 한없이 예뻐 보이는 날엔 아이에 대한 글을 쓰고,
오늘처럼 단지 기록을 하고 싶은 날도 있다.
정치와 사회 기사를 보며 한탄하는 메모를 남겨두기도 하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막연한 꿈을 적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또각또각 키보드를 치는 소리부터 베란다 너머로 지나가는 차소리들. 그리고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소리들을 피해 짧게나마 집중해서 글을 쓰는 시간이 내게는 활력이고, 즐거움이다.
그렇게 요즘 집중하고 있는 몇가지 것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단지 '마음먹기'로 인해 일상이 되어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그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조각조각 모여 내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라며.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