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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보안관 Mar 15. 2022

등따숩고 배부르면 생각나는 일

올 해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3년 전 몸과 마음을 다 뜯기고 그만 둔 회사.

다들 내가 이직할 줄 알았지만, 난 사실상 직장생활에서 은퇴를 했다. 

그러고 나서 1년은 온라인스토어를 하면서 새로운 생활을 좀 해봤었는데, 여러 말들처럼 그렇게 간절하지 않아서 그런지 나를 갈아넣지는 못하겠더라. 

세상 정직한 게 사업일이라, 아무리 구멍가게 사업이라도 내가 관심을 안쏟아주니 시드는 화초처럼 겨우겨우 하루를 버티는 온라인스토어를 보면서 지금 내 상황에 어울리는 일은 아니다 싶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마음 졸이면서 돈 벌기 귀찮아." 정도가 맞겠다. 

사업은 이렇게 소강상태고, 그나마 꾸준히 했던 책읽기와 운동도 아이 방학, 코로나 뭐 이런저런 꺼내기 좋은 핑계가 맞물리면서 습관에서 멀어지고 있는 중에 3월하고도 벌써 중순이 되어버렸다.

뭐든 일단 계획을 세우고 보는 나로서는 이렇게 어영부영 보낸 올 한 해가 벌써 아까워졌고, 다시금 계획표를 설계해보기로 했다.

뭘 할지 생각하다보니 내가 벌써 삼십대 중반이다. 그리고, 뭘할지 생각하면서 나이를 들먹거리는거 보니 나이가 확실히 들긴 했나보다.

아무튼, 내가 노는 꼴을 보기 싫어서 끄적끄적 생각나는 일들을 적어봤다.


운동 : 4월이면 아마도 시작할 것 같다. 무려 4개월간 쉬었던 발레로 다시 돌아가는 걸로.

책 : 당장 읽을 수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두 권을 이번주에 다 읽는 것으로 시작.

공부


왠 공부 ? 내가 공부를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었나? 

잘하지도 못했던 공부를?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항상 등따시고 배부를 때마다 떠오르는 게 대학원이다. 

어디 메여서 공부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될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그야말로 누구든 맘만 먹으면 석사를 따는 세상인데 나도 따면되지뭐 . 이런 근거없는 자신감도 들고.


아무튼 또 생활이 한 번 안정적으로 잡히고 나니 공부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아직 전공을 정하지도 못했다는 거다. 

세상 쓰잘데기 없는 경영학을 전공한 나는( 아 물론 그 덕에 취업하고 결혼했으니 그걸로 역할을 다 하긴 했다.) 석사에서는 진짜 공부다운 공부(?)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많았었다.

근데 온갖 주제를 꺼내놓고 생각해보자니 어떤 때는 사회학, 어떤 때는 경제학, 어떤 때는 철학....

나도 나를 도무지 모르겠다. 

게다가 전공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공인영어점수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치않아 보이고. 


영어공부를 하면서 전공을 잡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것 같은데, 다시 또 펜을 들어야하나.

이번엔 끊기지 않고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준비만 1년을 하다가 나이는 한 살 더먹고, 결국에 그냥 아무것도 못한 채로 끝나는 건 아닐까.

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요즘이다. 

대학원 준비하는 커뮤니티라도 가입해서 정보를 얻어야 하나 싶고. 

(물론 그 커뮤니티에 가면, 지금도 전혀 늦지 않았어요! 저는 더 만학도입니다! 라면서 응원의 글들이 쏟아지겠지ㅎㅎ)


세월이 가는 게 너무나 아쉬운 요즘이다. 

이십대때는 굉장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세상 그때 했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사십대가 되면 삼십대를 돌이켜보며 또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려워 자꾸 나를 채근하는 중인데, 아직도 안갯속이라 그림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등따숩고 배부른 이 고민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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