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현 Nov 23. 2019

그래! 나 꼰대다. 그러는 니들은 뭔데?

(어느 아재의 반성)

무슨 말만 하면 나더러 꼰대래~

그래! 나 꼰대다. 그러는 니들은 뭔데?


내가 니들 생각을 잘 안 듣는다고?

너무 내 말만 한다고?

니들이 말을 안 하니까 내가 말을 하는 거 아냐?

뭐라도 말을 해줘야 내가 들을 거 아니냐고.

나도 답답하다고. 나도 말하기 싫다고.

도대체 사무실에서 마스크는 왜 쓰고 다니는 거야?


여기 니가 쓴 보고서 좀 봐!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니? 뭘 주장하고 싶은 거야?

생각은 하기나 한 거야?

잔머리만 있지, 고민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솔직히 이거 작년에 했던 거, 똑같이 베껴 쓴 거잖아.

여기 인용한 데이터는 출처가 어디야?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거 맞아?

인터넷 찌라시도 이렇게 안 써!


워라밸? 그래, 워라밸 좋지!

그런데 워크(일)는 어디에 간 거니?

워크가 실종된 워라밸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회사에 왔으면 일을 해야 할 거 아냐? 일을?

어떻게 카페에 다같이 몰려가서 돌아올 생각을 안 해?

이건 무슨 퇴근충도 아니고.

퇴근시간 되면 회사에 일분도 안있으려 하잖아.

놀러 다닐 궁리하는 것처럼,

일도 그렇게 궁리하면 안 되겠니?

일의 의미 같은 거 따지기 전에,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기나 하는 거니?

업무를 지시하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적성에 안맞는 일인 것 같다고 하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주면

처음 생각했던 그런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고.

그나저나 니 적성이 뭔지는 아니?


회사가 재밌어야 한다고?

회사를 무슨 취미로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재미는 놀이공원에서나 찾아야지,

왜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회사에서 재미를 찾느냐고?

회사가 재밌으면 돈 내고 다녀야지!


대충 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마! 그냥 내가 할게.

니들은 정시 퇴근하고, 내가 남아서 하면 될 거 아냐!

근데 나도 집에 애도 있고 가정 있는 사람이다.

나도 니들만큼 칼퇴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돈을 많이 받으니까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지금 그게 할 소리야? (가만 보면 싸가지도 없어!)
내 경력은 무슨 쌈치기 해서 얻은 줄 아니?

좋다! 니들 말대로 내가 돈을 많이 받으니까,

내가 더 많이 할게.

근데 이게 무슨 팔자인가 싶다.

쎄빠지게 일해서 겨우겨우 이 자리에 올라왔더니만.

이제는 돈 많이 받는다고 더 많이 일하라니.

나도 사람이다.

니들이 내 처지를 이해한다면 절대 그런 말 못 한다.


귀에 이어폰 좀 빼고 일하면 안 되겠니?

이어폰 좀 빼고 내 얘길 들어주면 안 되겠니?

지금 회사에 재능기부하러 온 거 아니잖아.

돈 받고 일하는 거잖아.

돈 받고 일하면 회사에 맞춰야지,

왜 회사가 당신한테 맞춰야 하냐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고 싶으면 그 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회사에 대한 걱정은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지.


당신, 프로잖아!

돈 받고 일하는 프로잖아!

성과로 말하는 프로잖아!


…………………………………………………….


(쉿! 어디 가서 이런 말씀 하고 다니시면 안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런 사람과는 말을 섞지 않을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