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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구름

엄마가 말없이 누워있어도 나는 잘먹는

호스피스병동 1인실 보호자

by 하얀곰

호스피스 병동 1인실로 옮긴 후에는 보호자가 상주해야 하는 병실의 규정에 따라 동생과 번갈아 엄마의 곁을 지켰다. 밤새 자는 동안 엄마의 소변양을 체크하는 선생님, 혈압 체크를 해주시는 선생님이 오셔서 깊은 잠에는 들지 못했으나 엄마의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에 임종이 가까워 왔음을 느꼈다.

호스피스병동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48시간의 법칙이 된 것인지 소변량도 확연히 줄고 호흡하는 모습도 달라진 게 눈에 띄었다.

움직이지 않고 눈으로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귀는 열려있다고 하여 간호선생님과 임종에 대해 이야기 나눌 때에는 병실 바깥으로 나왔다.

점점 달라진다 이야기하는 모습에 담담하게 들었으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가며 "어머니께 말씀 많이 해주세요~" 하시니 말은 해야겠는데 뭐라 해야 할까 고민이 되어 결국은 요양보호사선생님께 실토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하는 게 어렵네요" 그분께서는 본인도 10년 전 아빠를 보낼 때는 어려워 별 얘기 못하고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고 엄마가 항암 중이신데 이젠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얘기하지 못한 게 한이 된다 하니 시간이 있을 때 말 많이 하세요~" 하신다.

엄마가 말은 못 하고 귀만 열려있다 하니 화장실 갈 때도 "화장실 다녀올게!"

"엄마 나 밥 먹고 올게~ 옆에 선생님께 부탁해 놨어!" 하고 다녀왔다.

힘들 때면 더욱 잘 챙겨 먹는 스타일인 나는 병원 밥이 먹기 싫어 열심히 병원 근처 맛집을 찾아보았다.

남편이 찾아왔던 날에는 런치 스시셋트, 혼자 병실을 지키던 날 점심은 수제버거 배달, 저녁은 설렁탕을 먹고 왔다.

누군가 엄마가 아픈데 밥이 들어가냐고 묻는다면 이럴때 더 잘 먹어야 한다 주장하는 바이다. 저녁밥도 먹었건만 허한 마음 때문인지 엄마가 새벽에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마음 때문인지 간식이 필요했다. 병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포테토칩을 사 갖고 와서 간호사선생님과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드렸다. 나는 특별한 날이니 나투르 아이스크림, 간호사선생님은 와플과 찰떡아이스크림으로... 늦은 밤 야간근무자에게 아이스크림 간식이 최고지 싶었다.

누워있는 엄마 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간식을 다 먹었다. 언젠가 엄마가 생각날 때 나뚜루 아이스크림과 포테토칩을 또 먹어야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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