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호 Jan 02. 2024

SNS에 아기들 사진으로 도배되는 현상에 대하여.

현대의 상대적 행복 발생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주 본가 마당에 아버지가 심은 나무가 자라는 속도로 내 SNS 벽면에 내가 아는 혹은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로 도배되었다.

그저 내 나이가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문장으로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으나, 이젠 내가 아이 둘을 키우게 되면서 이러한 현상에 깔린 근본 원인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근본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안의 생성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생활함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양은 늘지 않고, 불안의 양도 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불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생기기보다는,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생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6.25 전쟁에서 당장 새벽 전투를 준비하는 배고픈 이등병을 당장 지금 2024년 1월 1일로 데려온다면 당장은 풍족한 먹거리와 느슨한 평화로 막대한 행복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안정감은 일상이 되고, 자기가 남들보다 나은 것에는 만족을, 남들보다 못한 것에는 불만족을 느끼며 현대인의 평범한 행복과 불행의 표준양에 수렴할 것이다.


이러한 사회심리적 현상이 발생하는데 여러 가지 매체가 부채질을 했지만, 단연코 SNS의 등장이 현상의 초가속화에 큰 역할을 했다.

나처럼 되지도 않는 소리를 일기장 대신 sns에 써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드물게 찾아오는 행복하고, 신나고, 신기하고, 멋지고, 놀랍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즉시 사회관계망에 올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들의 사회관계망 기록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sns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은 그들의 삶에서 행복의 꼭짓점들일 것이며, 그것과 자신의 삶의 평균치와 비교하면 항상 패배할 것이 꽤나 자명하기 때문이다.


자 본론으로 돌아와 왜 아이들 사진으로 요즘 내 사회 관계망이 도배가 되느냐.

바로 아이와 초음파 사진으로 만나는 순간부터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내 삶의 가장 행복하고, 신나고, 신기하고, 멋지고, 놀라운 순간들을 아이들이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다른 풍경, 경험, 소비, 관계에서 생겼던 긍정적인 감정들을 아이들이 충분히 대신해 준다.

그렇기에 오늘도 수많은 부모들이 카메라 셔터와 동영상 녹화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며, sns에 자동반사로 업로드 하게 되는 것일 테다.


나 또한 이제 갓 40일을 넘긴 이서가 얼굴이 부어 생긴 쌍커풀 눈으로 힘들게 초점을 맞추고 나를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와 찡그림을 왕복하기에 생기는 기쁨을 자랑하기 위해 오늘도 SNS 벽면에 풀을 발라 도배질을 한다.

이서의 눈빛에 비할 데 없는 따듯한 천국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 딸 자랑이다.
작가의 이전글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동그라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