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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호 Dec 21. 2023

괴물과 빅뱅이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작품 이야기.


만유인력의 법칙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체들은 서로를 어째선지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과학자가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우주의 모든 은하와 천체들이 인력법칙과는 달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단서를 발견한 것이다.

서로 당겨야 하는 것들이 멀어지고 있다니, 그렇다면 시간을 저 멀리 되돌리면 멀어지고 있는 것들이 한 점에 모일 수도 있겠구나, 모여 있어야 할 것들을 멀리멀리 흩뿌려야 하니 크나큰 폭발이 적당한 이유겠구나.

그래서 빅뱅이론이 탄생한다.


사람도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서로에게 끌릴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들을 ‘괴물’로 낙인찍고는 떨어뜨리기 위해 빅뱅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이 영화는 그 장면에 주목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옳다고 믿는 방식을 고수한다.

하지만 가까워지려 하는 이들에게 그러한 방식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으로 작용하고 만다.

그러한 폭력에 상처받은 이에게 필요한 잠언이 관악기의 투박하고 포효하는 듯한 음정과 함께 나온다.


‘누군가에게만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야,

행복은 누구나 동등히 가질 수 있어야 해’

만유인력의 법칙이 모든 존재에 적용되듯, 사람끼리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겠다.


빅뱅이론대로라면 서로 멀어지는 천체의 존재들은 끝내 무한으로 멀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점차 그들을 밀어냈던 에너지가 상쇄돼 최종적으로 만유인력이 우세하게 작용하고, 모든 천체와 존재가 다시 한 점으로 모여지기 시작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 빅 크런치 이론이다.

이 영화의 가까워지려 하는 이들은 빅 크런치에서 그들에게 찍힌 ‘괴물’의 낙인을 씻고 다시 웃으며 달리고자 한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한 없이 평범하다.



여담.

1. 역시 고레에다 히로카즈.

2. 음악은 고인이 되신 사카모토 류이치.

3. 교장 선생님으로 나오는 분의 목소리가 낯이 익었는데,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여장수 에보시의 목소리를 녹음하신 타나카 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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