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다시 아파트 삶
쥐뿔도 없이 아파트에 삽니다.
2020년 9월에 난 투룸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 왔다. 내가 현재 사는 아파트는 배우자가 청약으로 당첨이 된 5천 세대가 있는 신축 아파트다. 초등학교 때 인천 신동아 아파트 1층에서 살고 나서부터는 아파트에 다시 살게 되는 건 21년 만이다. 그동안 난 꽤 빌라 삶에 익숙해졌고 만족스러워했다. 아파트 삶인 현재도 편리성과 불편함이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난 아직도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기만 하면 바로 밖이 나오는 빌라의 삶의 그리움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현재 사는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서 아파트 정문까지 걸어서 나가는 데는 대략 20분 넘게 시간이 걸린다. 여태까지 뚜벅이 생활로 대중교통을 너무 잘 이용하고 다닌 나로선 밖으로 나가면 밖이 아닌 것 같은 마음은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그전에 살던 복정동은 아파트가 없었다. 모든 거주지가 빌라로 형성이 되어 있어서 하늘을 볼 때 걸리는 높은 건물이 없었다. 각 빌라마다 창문의 모양, 창틀의 모양, 입구의 모양까지 다 제각각이었다. 골목골목 다니면서 빌라를 구경하는 것도 나름 쏠쏠했다. 그랬다. 난 프랜차이즈보다 그냥 동네 사람이 하는 작은 동네 가게를 더 좋아했다. 세련된 것보다는 엔틱 한 분위기를 더 좋아했고 사람 냄새나는 것을 좋아했다. 아파트에 이사를 와서 내가 가장 빠르게 느꼈던 촉은 사람 냄새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주변의 산책로와 조경은 꽤 잘되어 있다. 너무 완벽히 만들어진 자연이었다. 물론 나는 아파트 주변을 산책을 자주 다닌다. 하지만 내가 산책을 하면서 즐겼던 흥미가 떨어졌을 뿐이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시시각각 그 동네 모습이 변하고 못 봤던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재미가 생긴다. 저기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여기에 새로운 것이 생기려나 보다? 길냥이 집을 만들어준 것을 볼 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아파트로 이사 와서는 하늘의 색감 변화, 나뭇잎의 색감 변화, 주차장에 차들에 관심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내가 사는 곳은 재개발 지역에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이다. 아파트로 사방이 재개발 중, 지역 확정, 비어있는 동네로 이루어져 있다.
청약이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복에 겨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나는 배우자에게 평생의 모든 복을 싹 다 끌어당겨서 쓴 느낌이라고 종종 말한다. 그리고 이운 좋은 기회로 남들보다는 더 안정적이고 쾌적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사실이다. 갑자기 생겨버린 스리룸에 넓은 거실과 부엌은 설렘의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채워가는 재미는 항상 재미있었다.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부족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또한 이득이었다. 나는 '프리랜서로 잘 먹고살만하다'라는 타인에게 보여줘야 하는 인증 욕구가 있었다. 개인 계정 SNS에 올리는 나의 삶의 사진들로 어떤 대부분 사람은 나를 부족함 없이 사는 프리랜서로 알아서 설득이 되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기엔 전에 살던 복정동 동네는 아주 최적화된 동네였다. 집 근처의 동네 카페는 5곳이 넘을 정도로 매우 많았다. 대학교 주변이라 음식값도 저렴했으며 다양한 식당들이 있었고, 술집도 당연히 많았다. 오전에는 카페에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 차 있었고 어디를 가든 노트북을 펴고 앉아 있는 학생들로 분위기는 조용했다. 나는 지금도 전에 살던 복정동 동네에 자주 간다. 동네 경비처럼 새로 생긴 가게는 살피고 바뀐 것이 뭔지 찾아가면서 흥미를 느끼고 다시 내가 사는 아파트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