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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성을 기다리며 Nov 21. 2022

뛰는 언니 이야기  - 하늘을 닮아 아름다운 사람들

1. 뛰는 언니 이야기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는 길목이다. 일요일 모처럼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날이다. 그러나 아침 시간에는 귀가 시려 뛰러 나가지 않았다. 단백질 셰이크를 한 잔 마시고, 12시에 뛰기 시작했다. 10km를 50분 안에 달리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다. 집에서 정문을 나가 하상 길로 내려간 뒤 오늘은 둔산동 방향으로 뛰기로 했다. 오랜만의 달리기다. 흡. 흡. 후~~~, 흡. 흡. 후~~ 호흡은 안정적이다. 2~3km까지 뛰는 동안엔 고민이 되었다. 돌아갈까..., 50분이라는 시간과 오랜만의 10km를 달린다는 게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쉬지 않았다. 하천의 코스모스와 수양버들, 그리고 하늘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그것도 참았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동안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50분 기록에서 조금 더 단축하고 싶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혼자 뛰고 있는 게 아니었다. 베른트 하인리히 교수님과 보라, 송화, 스런, 인숙, 선영도 나란히 뛰고, 광민 선배도 내 곁을 스쳐 지나갔으며 은주와 은주의 신랑도 뛰고 있었다. 상상하는 힘은 달리는 내내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주었으며 계속 발을 움직이고 안정적으로 팔을 흔들게 해 주었다. 어느새 5km를 달렸다. 중촌동에서 둔산동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망설이던 손이 허리에 맨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이는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올려다본 하늘엔 흰구름이 가득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조금 돌려보니 이웃한 하늘은 파랬다. 우린 알고 있다. 저 구름이 가만히 저곳에 있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하늘은 계속 변한다. 나는 “하늘이란 넓고도 푸르구나/하늘이란 존재는 아름답다/그리고 볼 때마다 달라진다/구름이 없을 때도 있고 있을 때도 있고/비가 오게 할 수도 있다//그리고 사람도 맨날 다르다.....”라는 이재욱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시인의 말처럼 하늘은 맨날 다르고 매시간 달라지고 사람도 그러하다. 우린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감동과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파란 하늘에서 파장에 따른 빛의 분산을 먼저 생각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빛깔의 향연에 감탄을 먼저 쏟아낼 수도 있다.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있는 구름에서 여유로움을 먼저 보는 이가 있고, 공기가 어떻게 상승했는지를 먼저 살펴보며 분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바라보고 생각하고 분석하는 하늘의 모습은 모두 다를 수 있어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음은 진리이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하늘의 변화를 내재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리라. 신형철 교수의 말처럼 삶에서 마땅히 변해야 하는 것은 변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격려할 수 있어야겠고,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또 지켜나가는 것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삶을 지극히 사랑하고 싶다. 하늘을 닮아 변화의 아름다움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이 모습은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 인간의 내면의 모습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시인의 시어가 아직은 여리고 거칠고 둔탁하더라도 언젠가는 더 맑고 분명하게 빛나게 되리라 믿어본다.

5km에서 8km 사이의 기록은 조금 더 좋았다. 가속도가 붙었을 것이고, 사진을 찍겠다는 압박감도 없었고, 상상의 힘으로 조용히 각자의 자리에서 달리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km 지점은 가장 힘이 들었다. 목표 거리에 닿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듯, 시련 없이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뛰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진지한 고민, 힘겨움, 가슴이 터질듯한 고통이 있어야 결승선을 통과할 때 더 의미 있고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고비를 넘기며 마지막 1km는 다시 힘을 내었다. 오늘의 기록도 나쁘지 않다. 50분 55초이다. 그러나 겸허하자. 나에게 건강한 신체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운동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챙기며 기쁘게 살아갔으면 한다.




2. 역사 이야기


재욱이가 묻는다. "박종철 고문사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주실 수 있어요?"

"너무 슬픈 일이지,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어낸 계기가 된 사건으로 서울대 학생이던 박종철 학생이 남산 대공분실에서 심한 물고문으로 사망하게 되었는데..."

아는 대로 말하다가 더 정확히 들려주고 싶어 자료를 찾았다. TV 예능 프로인 '알쓸범잡'에서 이 사건을 다룬 내용이 있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며 살고 있는 민주주의 시대는 알고 있다시피 저절로 된 게 아니다.

우리가 '진보'라 믿고 나아가는 길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고 심지어 많은 이들은 그것에 저항한다.


살아가는 장면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철학과 의지로 선택하고 싸워 나아간 결과가 역사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또, 어떤 용기로 어떤 길로 걸어가고 있는가.


알쓸범잡에서 다룬 이야기 중, 1987년 6월에 시민들의 궐기를 시작하는 신호인 '애국가'를 그때 고2였던 김상욱 학생은 옳은 일이라 생각했으나 틀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과 분위기가 두렵기도 하여 끝내 틀지 못하였었다. 그러고 나서 어린 김상욱은 속엣말, "나는 하나도 기여를 못하는구나, 바보같이."를 고백한다. 이건 어쩜, 많은 이들의 고백일 것이다.


매 순간 우리의 삶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 우리에 필요한 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리와 의로움을 찾아 그것을 선택할 용기를 갖는 일이 리라!

 

https://youtu.be/2 j0 waph0 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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