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쉽게 꺼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땐 가깝다고 생각해서 말했고, 이해해줄 거라고 믿고 말했는데, 시간이 지나 후회하게 되는 일이 많다. 말은 내 편을 만들기도 하지만 적을 만들기도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약점은 누군가의 무기가 된다. 상처받은 기억, 버거웠던 고민, 꺼내기 힘들었던 말들이 의외의 상황에서 약점으로 바뀌기도 한다. 진심으로 털어놓았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평가의 잣대가 되고,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었던 마음은 두고두고 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자랑은 누군가의 질투가 된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마음은 순수한 감정이지만 그걸 질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배운다. “좋겠다”라는 말 뒤에 묘한 뉘앙스가 붙기도 하고, 응원인 줄 알았던 말이 사실은 견제였던 적도 많았다. 자랑은 적을 만든다.
진심은 누군가의 소비거리가 된다. 내가 믿고 건넨 말이 가볍게 소비되기도 한다. 날 이해해주길 바랬는데 정작 아무 의미 없는 대화처럼 취급될 때 마음이 다친다. 내 진심이 가볍게 소비될 때 진심을 보이려던 용기가 무너진다. 모든 사람이 내 진심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진심에 관심이 없다.
조언이 반감이 되기도 한다. 도와주고 싶어서 건넨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거나 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상대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조언은 자주 충고처럼 들리고 듣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게 된다. 내 조언이 항상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고민에 쉽게 말을 보태기 힘들다.
물론, 진짜 내 편에게는 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다보면 알게 된다. 진짜 내 편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남은 나와 다르다. 관계에서 선을 지키는 건 생각보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