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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내 친구를 바꿔준 것

by 부아c

수 년째 취업을 못하던 친구가 있었다. 면접이 끝날 때마다 자책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느꼈다고 했다.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했고, 하루하루가 무겁고 느리게 흘러간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말을 듣는 나도 함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엔 생계를 위한 선택 같았지만, 그 이후 조금씩 표정이 달라졌다.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내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고, 시간이 채워진다는 뿌듯함도 생겼다고 했다.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삶을 다시 붙잡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면서 우울증이 나아진 것 같아.” 그 말이 참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삶을 통제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정서적인 힘을 준다.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더 깊어진다. 작은 일이라도 직접 움직여보고, 하루에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우울을 조금씩 밀어내는 힘이 된다. 중요한 건 일의 크기가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다시 면접 준비를 했고, 결국 자신이 만족하는 기업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도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한다고 한다. 삶은 때로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복원되기도 한다. 그러니 가만히 주저앉아 있기보다, 아주 작은 움직임부터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자주 거창한 목표에 눌려 작은 시도를 놓친다. 하지만 실제로 삶을 회복시켜주는 건 사실은 아주 사소한 움직임이다. 출근 준비를 하고, 인사를 건네고, 몸을 움직이고, 무언가를 책임지는 그 행위들이 나를 이끄는 단단한 중심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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