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었다.
회사에 인턴이 들어왔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숍에 들렀다.
첫 출근한 인턴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고, 그는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인턴은 부모님이 안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며,
대학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가까스로 졸업했다고 했다.
일과 공부에 매진하느라 수상 이력도, 해외여행 경험도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이 그에게 쏠렸을 때, 그는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잊을 수 없다.
“제 인생에 그늘이 좀 많죠? 그런데, 그래서 늘 시원했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그는 인생에 그늘이 많아서 시원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인생의 그늘에 지쳐 쓰러질 때, 누군가는 그늘이 시원해서 좋았다고 말한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가끔 내가 삶에 지칠 때 그날의 일을 떠올린다.
그러면 나도 그늘에서 함께 쉬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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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내용은
제 신간 <외롭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다>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고,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운 시대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외로움은 잘못된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