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평생 계속 다녀야만 한다와, 회사를 내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차이는 회사 생활에서 아주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그 차이를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영원히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그만둘 것처럼 준비하자'
일을 할 때는 일에 집중하되, 내일 그만둘 수 있는 준비도 동시에 하고자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저의 그런 준비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회사 외 시간에는 미래에 대한 준비에 집중하였습니다. 작은 사업도 해 보았고, 주식과 부동산도 꾸준히 하였고, 온라인 글쓰기를 통해서 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2021년 회사에서 남성으로 최초로 육아휴직을 하였습다. 평판과 승진 등에서 매일 불리한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남성의 육아휴직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정도 이에 대한 불이익을 받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제가 일하던 곳은 더 보수적이라 다들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시선으르 보냈습니다.
여기서 불이익이라는 것은 법적인 불이익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회사 규모가 작거나, 회사가 생각이 없는 경우에 법을 지키지 않는 차원에서의 불이익도 종종 자행되곤 하는데, 그런 경우는 제외하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 돌아왔을 때 원하지 않는 부서로 가는 것, 향후 평점에서의 불이익, 팀장 등으로 올라가는 것에 대한 한계 등입니다.
일부 근무 장소가 순환되는 공무원 등을 제외하면 분명히 육아휴직에는 내려놓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죠.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환경까지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도 괜찮은가를 스스로 질문해 보게 됩니다. 아니 질문을 해야했습니다. 그런 질문에 저는 괜찮다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회사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회사에서의 저의 입지를 내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캐나다에서 1년이라는 소중한 육아 휴직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무튼,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는 마음 자세로 임하기 때문에, 회사의 불합리한 조건, 동료들의 불합리한 요청에 합리적으로 거절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16년 동안 정치적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참석해야 했던 수많은 자리들, 내가 해야 하는 언행들, 들어주고 싶지는 않지만 들어줘야 하는 부탁들, 혹은 상사의 바람으로 내가 유도해야 하는, 누군가의 에너지와 시간을 뺏어야 하는 일들.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내지 못했던 일들, 일 이외에 내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을 하기 위해서 했던 모든 일들에서 벗어나서 일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회사 생활이 이렇게 힘들지 않아야 정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도 하게 됩니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서 회사에 들어왔지, 상사나 동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들어온 것은 아니니까요.
저는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했고, 돌아온 후에도 회사 생활을 조금 하다가 퇴직하였습니다. 평판도 떨어지고 승진의 기회도 없어진 다음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퇴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훨씬 전부터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육아 휴직도 당당하게 하고 그 이후에 퇴직에 이르기까지 당당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을 하면서도 당황스럽지 않고 (그래도 힘들긴 합니다), 차분히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게 될 일입니다. 과거에는 50, 60대에 경험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40대에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슬기로운 직장생활 하시기를 바라며, 더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산 축적과 파이프라인 구축이라는 것도 꼭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면 아이러니 하게도 회사 생활을 더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언급해 봅니다.
'영원히 다닐 것처럼 일하고, 내일 그만둘 것처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