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의 과정으로서의 그래픽 디자인
디자인은, 조금 더 자세히 말해서 그래픽 디자인은, 완성된 언어에 덧씌워진 시각화 과정이 아니라, 언어 안에 내재된 논리적 구조 그 자체다. 디자인은 기획과 함께 발생하며, 지속하고 변형된다. 디자인은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와 언어, 구조와 운동 전체를 포함하는 담론이다.
디자인의 이미지 외적 개념은 심층적으로 다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 이유는 디자인이 다른 학문에 비해서 가벼운 단일한 이미지로 취급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의 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매우 긴 시간의 프로세스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프로세스는 단 여러 가지 형태의 정치적, 사회적 운동의 단계로 일어난다. 그 운동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 결과물이 도출되는 방식과, 가치 또한 달라질 것이다.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간의 관계에 따라서, 서로의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의뢰, 비딩, 피드백, 수정, 컨펌, 디벨롭 등의 운동이 프로세스 안에서 발생하면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확인한다.
이런 운동들의 성격을 더 자세하게 분해하고 분석해보는 것이, 그래픽 디자인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디자인이 분석되는 방식은 단일한 이미지 결과물의 구조에 대한 해체와 설명, 혹은 디자인을 하나의 상징으로서 그 지시체와의 관계, 의미 해석 등이었지만, 디자인은 분명히, 의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상징물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디자인을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의미의 단순한 시각화로 해석하는 것은, 미니멀리즘에 불 필요한 이유를 부여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디자인을 의미론적 체계로서 분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것 자체가 디자인을 그것에 선행하는 개념을 표현하는 현상으로서 격하를 기본 전제로 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물로서만 다뤄지는 디자인 이론은 그것이 오랜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보편적 원리를 갖지 못하고 트렌드에 일방적으로 휩쓸리는 한시적인 현상으로만 생각될 수 있다. 허나, 디자인도, 타 학문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시대적 보편성, 일관성을 지닐 수 있는 개념을 얻기 위해선, 디자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정신적 활동이 함께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허울만 좋은 브랜드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과, 디자인 과정을 아우르는 여러 가지 운동들에 대한 정합적인 분석글들을 시간을 내어서 가끔 올려보려고 한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라면, 디자인 전문가라도 지루할 내용이 많겠지만, 디자이너들이 서로의 결과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공동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틀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자세히 글을 읽어보는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애호가라면 의견교환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