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리썬 윤정샘 Feb 18. 2021

책을 출간했습니다 _ 그럼에도 웃는 엄마

프롤로그 : 엄마의 웃음이 왜 먼저일까


“하루빨리 큰 병원으로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첫째 아이의 허리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인다는 말을 듣고 나는 한참을 휘청거렸다. 밥을 짓다가도 빨래를 개다가도 청소기를 밀다가도 눈물은 거스를 수 없을 만치 삐죽삐죽 솟아올랐다. 그럼에도 나는 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였다. 눈물이 솟구칠 때면 베란다로 쫓아가 입을 틀어막았고, 화장실로 달려가 샤워기 물줄기 소리 뒤에 숨어 아이 모르게 울고 또 울었다.


아이의 아픔을 몰라주고 무심하게 흘려보낸 시간은 후회와 죄책감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나를 무섭게 집어삼켰다. 아이를 가장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헛똑똑이는 눈물범벅이 되어 바다 저 깊숙한 곳으로 빠졌다 올라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수면 위로 올라온 후에도 ‘왜 그랬어 이 바보야. 왜 진작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어. 도대체 왜…’라며 내 머리를 자꾸만 바닷물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점점 더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렇게 끝없이 깊은 곳으로 침잠하던 나를 물 밖으로 건져준 건, 다름 아닌 존경하는 선생님의 다정한 말씀 한마디였다. 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아픈 아이를 키워오시며 수많은 수술과 치료의 과정을 담대하게 겪어오신 분이었다.


“자책하지 마. 아이가 아픈 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그때는 그때 나름으로 최선을 다한 거야. 과거를 되돌아보며 괴로워하는 것으로 힘 빼지 마. 이럴 때일수록 엄마인 ‘나’를 더 챙겨야 해. 엄마가 힘 빠져 있으면 아무것도 안 돼.


그리고 지금 아픈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라 건강한 내 아이가 잠시 아픈 것뿐이라고 생각하자. 아이를 측은한 눈빛으로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았으면 해. 아이 촉은 대단하거든. 엄마 눈빛을 바로 읽어서 자기가 정말로 아픈 아이인 줄 알아. 그저 보통 때처럼 행동하고 보통의 모습으로 아이를 바라봐 줘. 그럼 아이도 분명 더 잘 이겨낼 거야.”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내내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과 함께, 깊숙한 바닷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는 비로소 햇살 가득한 지상으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흐르던 눈물을 닦아내고 웃는 얼굴로 아이를 마주했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수시로 차올랐지만, 아이와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지금 이 순간의 감사와 행복’에 몰입하려 애썼다. 생각만으로 잘 안 될 때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음을 다졌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갈 때도, 며칠에 걸쳐 각종 검사를 받느라 지쳐갈 때도, 아이가 생애 첫 입원을 하고 첫 수술을 받으며 두려움에 떨 때도, 힘겹게 회복해 가는 그 시간에도, 모두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우리 구급차 놀이나 펜션 놀이한다 생각하며 즐겨보자고… 아이가 별일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 날 이후에도 고통의 순간들이 밀물처럼 찾아왔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밝은 에너지로 슬기롭게 잘 이겨냈다. 엄마가 먼저 웃어 보이자 아이는 정말로 자기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다. 순간순간 많이 아파했지만 이내 다시 웃었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웃는다’라는 자명한 진리를 병원에서 확인한 셈이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역시 내 웃음이 먼저구나. 내 밝은 표정이 아이를 살릴 수도 있겠구나.’


그 과정을 모두 드러내어 블로그에서 이웃님들과 함께 나눴다. 뜨거운 위로와 격려의 댓글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내 일처럼 걱정하며 기도를 해줬고, 수술과 회복의 과정에서 함께 기뻐하며 응원해줬다. 내 모든 것을 열고 털어놓았더니 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심리적으로 매우 가까워졌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하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하는 진정한 육아 동지가 됐다. 나의 블로그 구독자들은 나의 글을 통해 힘과 위로를 많이 얻어간다고 했고, 나는 그들의 따뜻한 댓글로부터 엄청난 힘을 얻었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인연일지라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렇게나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 책은 그런 이웃님들과 함께 빚어낸 산물이다. 나의 글을 기다려주고 나의 글에서 힘을 얻는다는 이웃님들이 계셨기에 책을 쓰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블로그에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며 함께 진하게 소통하고 마음을 나눴던 것처럼, 이제는 ‘책을 통해’ 힘겨워하고 무기력해진 엄마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존경하는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덕분에 내가 극심한 고통의 늪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많은 엄마들이 나의 글을 통해 주저앉았던 무릎을 다시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주로 엄마의 웃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힘들고 지친 엄마들에게 그저 많이 웃으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며 그것은 엄마에게 또 다른 희생과 억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웃음은 아이를 향한 억지웃음을 뜻하지 않는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힘들어 죽겠는데, 웃을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저 아이를 위해 감정을 억누르며 웃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해로운 독이 될 뿐이다. ‘진짜 웃음’은 엄마가 진정으로 자기 안에 있는 가치와 행복을 발견하고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 너무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다 지쳐 쓰러지지 말고 먼저 ‘나부터’ 행복한 엄마가 되어보자고 외치게 된 것이다.


삼 형제를 키우다 보니 순간순간 좌절하고 고통받으며 내 존재 가치와 자존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잘 웃고 강인해 보이는 모습 이면에는, 아무도 모르게 물속에서 세차게 발길질하는 노력과 시행착오들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참 많이 혼란스러웠고 좌절했고, 꽤 자주 흔들렸고 두려웠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서 어떻게든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 나서려 애썼다. 사색과 끄적임으로 현재의 가치와 감사함을 발견하고자 노력했고, 내가 먼저 웃을 방법을 찾아내어 실행하고자 고군분투했다. 그러한 투쟁 끝에 비로소 진심으로 더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나만의 해법과 단상들을 이 책에 풀어보고자 한다. 그것이 정답이라 말할 수 없다. 그저 독자들이 거기에서 공감을 얻고 용기를 얻어 본인만의 해법을 하나씩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아이와 관련된 모든 일이 내 몫인 것만 같은 막중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엄마들, 그래서 더 좋은 엄마가 되려 노력하고 노력하다 또다시 좌절하고 자책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서히 웃음을 잃어가는 엄마들, 더 나아가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무기력과 우울의 늪에 빠져버린 엄마들, 그런 엄마들에게 힘껏 외쳐주고 싶다.


“아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자라고 있답니다. 이제는 아이만큼이나 소중한 엄마 자신에게 엄마만의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세요. 잃었던 나를 만나고 가꾸며 우리 더 많이 웃기로 해요.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막중한 책임감을 잠시 벗어던지고, 먼저 ‘행복한 엄마’가 되어 그 날개를 활짝 펼쳐 봐요. 행복한 엄마의 날갯짓을 보며 아이도 함께 행복 가득한 얼굴로 날아오를 거예요. 엄마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지는 그 여정을 힘껏 지지하며 응원할게요”라고 말이다.


나는 오늘도 위대한 우리 엄마들이 더 많이 웃고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여러분들의 입가에도 행복 머금은 예쁜 웃음이 더 많이 번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http://m.yes24.com/Goods/Detail/97538463

작가의 이전글 초등 1학년 아들의 일기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