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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액션가면 Oct 23. 2024

무계획 르미디 6 - 마르세유 1

2024.09.26 마르세유 입성

패턴이다. 6시간을 자면 깬다. 보통 한두 시간 딴짓하면 잠이 오는데 오늘은 마르세유로 이동하는 날이라 공항 가서 아침도 먹고 커피도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일어났다. 짐 챙기고, 호스트 세르반에게 인사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타러 가는 게 아니고 마르세유행 버스가 공항에서 출발한다. 마르세유에서 니스 올 때 탔던 그 플릭스 버스 노선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 돌아봤는데 장거리라 좀 든든하게 먹기로 하고, 빵 말고 핫도그를 파는 곳에 자리했다. 노천 테이블이라 더 좋다. 조식 핫도그 세트로 주문하고 받았는데 전에 동유럽 여행 때도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오렌지주스가 같이 나오더니 이 동네 조식 세트도 커피와 오렌지주스가 같이 나왔다.

플릭스 버스의 연속된 지연

여기에도 #ILoveNice 싸인이 있어 사진도 좀 찍고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버스앱을 켜보니 한 시간 지연이라고 나온다. 여기서 한 시간 있다가 가도 되지만 저번 지연 후 플릭스 버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진짜 지연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벤치에 앉으니 인자하게 생기신 어르신이 봉쥬하고 인사해 주신다. 역시나 지연이다. 정류장에서 책 좀 보며 기다릴랬는데 좀 추워서 공항으로 가려니 어르신이 손 흔들어주셔서 리를 프리지하며 일어섰다. 시간 맞춰 갔는데 한 시간 더 지연. 이번 여행은 지연의 연속이다. 이번에도 내가 탈 버스만 안 온다.


와일드한 마르세유의 첫인상

그렇게 도착한 마르세유는 니스보다 와일드해 보인다. 치안 얘기가 나오는 이유를 알겠다. 골목에 낙서가 많고 냄새가 나는 곳들이 있다.

예정보다 2시간 늦어져 호스트가 나가야 된다고 해서 셀프체크인 방법이 담긴 문서의 링크를 보내줬다. 셀프는 약간 방탈출하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 숙소 도착 한 블록 전에 숙소 열쇠가 있는 비밀번호 박스가 길거리에 매달려있다. 한 블록 전에 있기에 이 동네는 이런 식으로 많이 하는구나 생각을 했지만 그게 내 열쇠였다. 비밀번호를 맞추고 열어보니 열쇠 한 묶음에 3개가 달려있다. 공동 현관용 열쇠, 호실용 열쇠, 방 열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6층까지 걸어올라 가는데 1층부터 시작인지 0층부터 시작인지 몰라 마침 3층 정도에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 여기 몇 층이냐 물어봤더니 3층이라고 한다. 날 바보로 생각했겠지? 0층부터 시작하는 건물이었다.

역이랑 엄청 가깝고 테라스가 있어 맘에든 숙소였는데 실제로 봐도 테라스가 맘에 들었다. 짐 풀고 아직 시간이 일러 이대로 오늘 하루를 마감하긴 아까워 가볍게 챙기고, 개선문을 지나 근처 구자선센터 박물관을 방문했다. 바로크양식돔이라는데 건물은 이제까지 아름다운 건물을 많이 봐서 그런가 두드러지진 않았고 전시회가 무료다. 마르세유는 아프리카를 접하고 있는 바다를 끼고 있기도 하고, 아시아와의 무역도 활발해 패션이나 생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아시아 양식이 힙했던 시절이라니!

충분히 돌아보고 나오는데 유난히 벽화가 많았는데 정말 작품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괜찮았다.


항구로

배고픈데 익숙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항구 쪽 가서 버거킹이나 가려는데 중간에 잡화점이 있어 한 바퀴 둘러봤다. 입구로 들어가 한 방향으로 쭉 들어가면 모든 물건을 볼 수 있는 동선이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나중에 가방 가지고 제대로 다시 와야겠다. 다시 항구 쪽으로 향하는데 이번엔 베이글집이 보인다. 체인 같은데 좋아 보여서 들어갔다. 그냥 베이글이 아니고 베이글 샌드위치다. 베이글, 감자튀김, 머핀, 음료가 9.90유로! 키오스크로 머핀은 특이해 보이는 걸 주문했는데 위에 아이싱이 많이 뿌려져 있어 사진으로는 특이해 보였지만 그냥 달았다. 베이글은 작긴 했지만 다른 게 많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실내는 약간 레트로느낌이었다.


여기까지 온 거 버거킹은 안 가더라도 항구까지는 보고 가기로 했다. 항구에 가니 천장이 거울인 신기한 구조물이 있는데 애플사옥 설계로 유명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롬브리예르라는 구조물인데 자신과 주변의 일상적인 공간을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돌아오며 모노프리가 있어 구경하는데 식료품만 파는 덴 줄 알았는데 여긴 베이직 하우스나 무인양품같이 옷이나 주방용품 등 다양한 용품이 많아 구경하기 좋았다. 식료품 매장도 커서 숙소에 짐 놔두고 다시 오기로! 1km도 안 되는 곳에 이런 게 있다니! 근데 말이 1킬로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은근히 계속 오르막이라 좀 힘들긴 했다. 막상 도착해도 여섯 층 계단이 있어 방에 오면 땀샘이 개방될 정도였으니


장바구니 들고 가는데 빠른 길이 약간 골목이라 어두워지면 약간 무섭겠다 싶지만 사실 무술 하나쯤은 장착한 동양인이 무섭겠냐? 덩치만 큰 서양인이 무섭겠냐? 유사시엔 36계도 있으니 내가 순간 주력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이렇지만 막상 내 근처에서 누가 벌떡 일어나거나 내 방향으로 뛰어오면 약간 쫄았다. 돌아올 땐 좀 멀어도 큰길로 왔다. 장본 목록은 미니와인 3, 오렌지주스, 냉동교자, 감자칩, 까눌레, 미니 휘낭시에 22.77유로. 마르세유로 오는 버스에서 본 예능에서 라면 먹는 장면이 나와 빨간 국물이 먹고 싶어서 한국에서 가져온 간편 해장국에 와인으로 오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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