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 깔랑끄의 카야킹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 제 가이드에게 들은 마르세유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무료인데 오디오가이드까지 무료! 였지만 정해진 오브젝트 근처에 가면 재생 가능한데 좀 벗어나면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재생해야 돼서 몇 개 시도하면서 듣다가 귀찮아서 그냥 번역기 돌리기로 했다. 근데 이 마저 박물관 안쪽엔 데이터가 안 터져 사용불가. 꼭 가볼 만한 곳이라기보다는 시간이 되면 와볼 만한 장소였다. 파손돼서 남아있는 유적 발굴해서 전시해 둔 부분들은 이게 왜 그거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옆에 미니어처로 구현해 놔서 이해하기 좋다.
어제 스와란과의 저녁을 내가 내서 오늘은 점심을 사겠다 해서 다시 만났다. 어제부터 부야베스 노래를 하더니 봐둔 부야베스 식당을 알아뒀단다. 아직 오픈 전이라 마침 항구에서 시장이 열어서 구경했다. 시장을 하는지도 몰랐는데 이렇게 시장구경을 하게 된다.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몰려있는 오징어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여 스와란과의 점심은 그냥 시장에서 먹기로 했다. 사실 니스 향수 체험에서 사샤가 마르세유에서 제일 유명한 부야베스를 먹었는데 실망했다기에 그리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잘됐다.
오징어를 빵에 끼워주는데 여기 말로도 빵은 빵이고, 빵 없이 구이만은 타다키다. 뭔가 아시아말이랑 비슷한 단어들이 있다. 이거랑 빠예야 비슷한데 쌀대신 피데오(스페인어로 면이라는 뜻)가 들어가는 피데우아를 먹었다. 딱히 테이블이 없어 모두들 항구 끝에 앉아 줄지어 먹는다. 음식은 둘 다 맛있었고, 좋은 선택이었다. 커피도 한잔 할랬는데 예약해 둔 카약징소에 가는 버스가 30분에 한대인데 놓치면 안 될 거 같아 스와란과는 여기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카야킹 장소도 가고 노트르담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교통권을 끊었다.
깔랑끄 카약샵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르신이 내 쪽으로 빠흐동 하기에 잘못 들었나 했는데 나한테 뭘 물어보신다. 편견 없는 동낼세. 잉글리시 플리즈하니 쏘리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간다. 버스가 와서 뒤쪽 한산한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옆자리에 두 여성분이 탔다. 근데 한 분이 왠지 낯익다. 그럴 리가? 에어비앤비에서 예약을 하면 호스트와 예약자들의 그룹방이 생성되는데 거기서 본 것 같다. 친구분이랑 같은 쇼핑백이랑 섞이지 않게 이름을 쇼핑백에 쓰는데 그룹방에서 본 그 이름이 맞다. 그룹방의 프로필을 휴대전화에 띄우고 혹시 이 사람이냐 물으니 맞다. 이 큰 도시에서 하고 많은 버스 중 같은 버스 같은 자리라니! 알렉사와 모나 독일분이시다. 나한테 아쿠아슈즈 빌리는데 얼마냐 오늘 몇 명 참가하냐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내가 알리가? 카야킹 샵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차에 카약을 싣고 와서 간이 탈의실만 설치해 진행한다. 참가자는 열명이 좀 넘었는데 아시아인이 나 말고도 대만인 4명이 더 있었다.
출발하려는데 모나가 내 고프로를 보고 사진 찍어주냐? 얼마면 되니 이런다. 이들은 이렇게 낯선 이의 고마움을 돈으로 표현하나? 그냥 달래기 미안했나? 그냥 무료로 보내주겠다 하고 카야킹 출발했다. 오 이거 하길 잘했다. 기대한 거보다 훨씬 좋았다. 집에 가서 카약 한대 사고 싶단 생각 들 정도로 좋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약간 휴식이나 수영 시간이 있는데 다들 절벽을 올라가는 걸 선택했다.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위에서 보는 경치가 좋았다. 가는 데는 신선놀음인데 이게 그래도 노를 2시간씩 저으니 돌아올 땐 중노동이다. 팔이 꽤 아프고, 약간 허리도 아프다.
도착해서는 챙겨 왔던 생수로 소금기를 좀 헹구고 간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모나에게 사진을 보내주며 혹시 날 가이드로 착각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참가자 알아본 가이드라고 생각했나 보다. 어쩐지 뭘 막 물어보고 사진값 물어보고 그러더라니. 종점에 내린 후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지는데 모나가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몸은 힘들지만 꾸역꾸역 노트르담드라가드성당을 가기로 했다. 마르세유서 만난 3명의 가이드 모두가 한 소리로 가라고 한 곳. 여긴 성당이라 월요일도 열 줄 알았는데 안 연다. 박물관 같은 개념인가 보다. 갔을 때는 이미 닫은 시각이라 밖에서 사진만 한 장.
그렇지만 여기의 메인은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다. 저녁때라 일몰을 노리고 갔는데 일몰의 전당인가 보다. 이미 사람들이 좋은 자리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있다. 위에서 보는 경치와 일몰. 약간 시드니천문대 생각나는 느낌이다. 없는 배터리로 타임랩스 약간 찍고 내려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진 항구도 멋있어 좀 보다 들어왔다.
숙소 오니 이제까지 못 본 호스트 스테판이 체크아웃 한 옆방을 청소 중이다. 야엘과 스테판이 공동호스트인데 야엘이 스포츠를 좋아하고 한국드라마도 보고해서 얘깃거리가 더 있었을 것 같았지만 아프리카 여행 중이라고 한다. 스테판과 짧게 인사하고 오늘은 힘드니 집에 있는 음식들로 마무리. 모노프리에서 산 냉동만두와 간편 미역국을 먹는데 왜 이리 맛있어? 한국음식이 그립진 않았는데 오랜만에 먹어 그런지 너무 맛있네. 내일 삭신이 쑤실 거 같지만 혹시 괜찮으면 트래킹이나 해보고 아님 그냥 시내구경하며 쉬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