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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트라 Dec 02. 2020

어떻게 놀 것인가

휴식의 중요성

 “하나님이 그가 하시던 일을 일곱째 날에 마치시니
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창세기 2:2)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야기에 따라 서구에서는 7일 중 하루를 쉬는 문화가 정착됐다.  

 일주일과 요일의 명칭은 유럽에 전파된 고대 바빌로니아의 세계관에서 유래했는데, 옛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다섯 행성(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과 해(日)와 달(月)에 신이 살면서 인간세계를 지배한다고 생각했고, 여기에서 주 7일제와 요일 이름이 정해졌다.


 영어로 월요일은 로마인들이 달의 여신을 Luna라고 불렀는데, 게르만족이 Luna를 Mane로 바꾸면서 Monday로 부르게 되었다.

 화요일은 로마인들이 화성에 전쟁의 신 Mars의 이름을 붙였는데, 게르만족이 자신들이 믿는 전쟁의 신 티르의 이름을 사용해 Tuesday로 부르게 되었다.

 수요일은 로마인들이 수성을 전령의 신 Mercury로 불렀는데, 게르만족이 폭풍의 신 오딘을 이용하며 오딘의 다른 이름인 Woden에서 변화되어 Wednesday가 되었다.

 목요일은 로마인들이 목성을 벼락의 신 Jupiter라고 불렀는데, 게르만 신화에서는 벼락의 신이 토르이기 때문에 Thursday가 되었고,

 금요일은 로마인들이 금성을 사랑의 여신 Venus라고 불렀는데 게르만 신화에서는 사랑의 신이 프리야이기 때문에 Friday가 되었다.

 토요일은 로마인들이 토성을 농사의 신 Saturn이라고 불렀는데, 게르만족 역시 로마의 이름을 받아들여 Saturday가 되었고,

 일요일은 로마인들이 태양을 태양신 Sol이라고 불렀고, 그대로 Sunday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요일의 이름은 게르만족의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고, 천체의 이름은 로마인들의 명칭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일주일을 바꾸려던 역사적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프랑스 혁명 때에는 일주일을 열흘로, 러시아 혁명 때에는 일주일을 5일 단위로 바꾸려고 시도했으나, 이러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요일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휴일의 역사가 오래된 것만큼이나 휴식이 중요해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의지가 필요한데, 의지와 휴식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기통제 연구의 선구자다. 자기통제 연구와 관련된 유명한 실험에서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고문했다. 초콜릿 쿠키를 구운 냄새가 가득한 실험실에서 배고픈 상태의 참가자들에게 무작위로 초콜릿 쿠키 또는 날 것 그대로인 생무(radish)가 담긴 접시를 준 것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만을 먹어야 했다.



 식사 후 참가자들은 방을 옮겨 문제를 풀었다. 쉽게 풀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주어진 그 문제는 사실 해답이 없었다. 얼마나 오래 끈기를 발휘하는가를 측정하려고 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초콜릿 쿠키를 먹은 참가자들은 평균 20분을 안 풀리는 문제에 매달렸다. 반면, 생무를 받았던 불운한 참가자들은 겨우 평균 8분을 견뎠을 뿐이다. 풀이를 시도한 횟수도 초콜릿 쿠키를 먹은 참가자들이 유의미하게 더 많았다. 


 바우마이스터의 결론은 이렇다. 자기통제력, 즉 의지는 근육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기진맥진한다. 초콜릿 냄새가 풍기는 방에서 초콜릿 쿠키 대신 생무만 먹으려면 어느 정도의 자기통제력이 요구된다. 그러니까 그 이후에는 풀기 힘든 문제에 노력을 기울일 기력이 남지 않은 것이다.


 바우마이스터의 실험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아무리 강한 의지도 휴식 없이 계속 쓰다가는 고갈되어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필요한 순간에 집중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의지력을 적절히 잘 배분해 쓰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아르키메데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도 목욕탕에서 휴식을 취할 때이고,

 뉴턴이 중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도 사과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때였고,

 임마누엘 칸트가 철학적 사색을 즐긴 것도,

 세종대왕이 '사가독서'라는 휴가를 선비들에게 준 것도,

 빌 게이츠가 매년 '생각주간'을 가지는 것도

 모두가 공통된 하나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휴식이 중요하다



쉬어가는 것이 때로는 더 빨리 가는 비결이 될 때도 있다.


사람들은 어떻게 노력할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면서도

어떻게 쉴지에 대해서는 의외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어떻게 노력하느냐'보다, 

'어떻게 잘 쉴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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