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Cross는 성공할 수 있는가
CJ CGV의 영구 전환사채 공모에 16조원이 몰렸다 한다. 뭔가 어려운 이야기지만 2020년 CJ CGV가 영업이익 -3,886억이니 회사가 어려워서 돈을 전환사채의 형식으로 빌렸다 보면 될 것 같다. 당연히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이 안되니 팝콘을 포대로 팔아도 돈 벌기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판이 힘들다.
반면 드라마 시장은 (상대적으로) 호황이다. 대표적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토리, 팬엔터 등 상장되어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의 주가가 (날라가지는 않았지만) 빨간색 숫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영화관은 (희망컨데 일시적으로) 하락 중이나, 집에서 넷플릭스, 와챠 등 OTT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아마) 증가하고 있다. 웹드라마 시장도 동일한 이유로 향후 전망이 괜찮은 것 같다. IPO 주관사 선정한 제작사도 등장했고.
영화도, 드라마도 사전에 OTT 플랫폼과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제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넷플릭스는 원칙적으로 계약 규모 공개를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장 제작사들의 경우 단일공급계약 공시에 계약 규모 명시를 못해서 오히려 마이너스이기도, 플러스이기도 하다. 물론 분/반기 보고서 등으로 계약 규모에 대한 사후 역산은 가능하다.) 영화는 힘들고 드라마는 그나마 잘 되다 보니, 영화계의 인사들이 드라마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 감독도, 배우도. 그런데 이상하게 비슷할 것 같은 두 영역에서 cross 성공 사례는 드물다. 배우로는 이병헌 정도, 감독으로는 음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킹덤의 김성훈 감독이 계시는구만) 드라마는 작가의 영역이라 그런거려나.
대표적으로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 중 하나인 황정민 배우 케이스가 있다. 심지어 멜로로도 성공하는 이 배우가 드라마에서는 썩 재미가 좋지 못하다. 올초에 종영된 황정민 주연의 <허쉬 / JTBC>는 최종 시청률 2.3%, 평균 시청률 2.4%로 금토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그닥 좋은 성적은 아니였다. 반대로 드라마에서는 왠만하면 대박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김명민 배우는 영화판에서 성적이 그닥 좋지 못했다. 브이아이피, 조선명탐정 등은 기대에 비해 흥행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CGV에 오래 걸려있어야 했을 작품들이 CH CGV에서 너무 빨리 보였다. (배급이 CJ였는지는 안찾아봐서 모름ㅋ)
제작사의 입장에서 속이 타들어 가겠지만, 배우들은 개런티 된 수익을 base로 가기 때문에 기대 수익을 획득하지 못했을 뿐, 경제적으로는 괜찮았을거다. 개런티를 minimum guarantee로 흔히 MG라 하고, 러닝 개런티를 통상적으로 revenue share이라고 RS라 하는데, 흥행에 실패하면 MG는 확보되나 RS가 날라가는 정도일테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 (커리어 패스)와 과거의 실적과 업계에서의 지위가 MG를 결정하고, 그에 기반하여 예상되는 수익에 대한 분배가 RS 비율을 결정할 것이다.
사회 생활에서도 이는 비슷하게 작용한다 생각한다. 창업자일 경우 사실 MG는 없고 RS만 있는 느낌이다. 대표자 무보수 이사회 결의라는 무시무시한 것이 존재하기도 하고, 다만 잘 될 경우 엄청난 업사이클이 수반된다. 안정성은 0%에 수렴하는 대신, (매우 낮은 확률로) 성공할 경우 3대가 먹고 사는 재화를 (그것도 현금으로) 획득할 수 있다 (성실한 대규모 납세자가 되는 것은 또 하나의 명예). 반면 그 창업자들과 함께 일하는 소득 노동자들은 월급이 MG이다. 지금까지의 발자취와 평판을 바탕으로 MG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것에 기반하여 한 조직에서 부가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생각되면 명칭은 PS, 인센티브, 보너스, 상여금 등으로 다양하지만 현금적 업사이클과 스톡옵션, 콜옵션, 스톡그랜트 등 방식은 상이하나 최종적으로는 주식 가치 및 차액을 노릴 수 있는 업사이클이 RS로 제공된다. 창업자는 영화같은 인생, 소득 노동자는 드라마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뭐가 되었던 인생은 아름답..다. 사실 예능적 인생이 조금은 더 잼나는데 말여.
미래는 누구도 모르지만, 특히 영역을 옮길 경우 RS의 영역은 아주 치밀하게 설계되는데, 이는 과거는 인정해주되 미래는 증명해야 하는 위에 언급한 황정민, 김명민, 이병헌의 케이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과연 영역을 cross하여 흥행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위 3명 모두 연기력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명배우들인데 말이다. 실은 두 영역이 같아 보이지만, 매우 다르다. 드라마 영역은 “배우 매니지먼트”와 비슷하여 MG의 성질이 조금은 더 크다. 방송국하고 deal을 할 때에도 제작비 정도는 커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ppl수익이나 해외 판권 등을 통해 추가 수익을 챙긴다) OTT와의 딜은 방송국보다 훨씬 높은 밸류를 받기도 한다(넷플릭스는 월드와이드니까 해외 판권이 아예 없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업사이클은 생각보다 낮다. 말 그대로 “따박따박”의 영역이다.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호텔 델루나, 펜트하우스 정도가 높은 업사이클을 만들어냈다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네. 단, 제작사의 수익만 놓고 보았을 때에는 업사이클에 대한 것은 미지수다. OST 맛집이라 불리던 호텔 델루나의 업사이클은 별도의 OST 제작사의 몫이었다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허나 영화 영역은 총제작비 + 마케팅비가 거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져서, 다운사이클에 대한 경고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한다. 손익분기라는 말을 드라마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반면, 영화는 관객 몇 명이 손익분기라는 기사가 시사회 기사와 동시에 쏟아진다. 드라마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시작하니까. 그래서 영화판은 “가수 매니지먼트”와 비슷하다. 지금은 시스템적으로 성공 공식이 생겼지만 (BTS케이스, 근데 그게 쉽나. 그렇게 따지면 하이브에서 나오는 아티스트는 전부 월클이겄지) 왜 성공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터지면 현금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이 가수 매니지먼트 영역이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는 애초부터 “영상”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아예 다른 판이다. 그래서 위의 cross 영역에서 성공 케이스가 극소한 것일 수도 있다.
손흥민이 배구를 하면 당연히 못하겠지만, 발야구나 족구나 세팍타크로 등 발로 하는 것은 기가 막히게 할꺼다. 인생의 cross는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에서 결정될 수 밖에 없다. 과연 우리는 이병헌처럼 모든 영역을 커버하는 로맨틱. 성공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아, 조승우도 있다. 타짜의 고니 시절이 26살이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아니면 한 영역에서는 최고라 인정받는 황정민, 김명민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위 세 명 (손흥민 포함하면 네 명) 모두 본인의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