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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비관우자앙비 Jan 25. 2024

꼰대같지만 좀 들어봐

사람들이 따르는 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래

6년전, 동업 관계에 있던 친구에게 만취해서 보냈던 메시지가 생각나서 찾아봤습니다. 당시 이 친구는 유학 다녀와서 패밀리 비즈니스의 2세 교육의 일환으로 창업해서 회사 대 회사로 공동 사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


(반말주의)



**야.



format은 중국어로 格式이고, 이를 한글 독음으로 읽으면 격식이야. 격식을 차리는 것은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격식을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허세가 담긴 의전이 아닌, 최소한의 것은 해야 한다는 것이 격식이라고 정의를 해보자.



문서를 만드는 데에 포맷은 중요하다. 여기서 격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문단 나누기, 문장 부호 잘 쓰기, 띄어쓰기 열심히 하기, 표기법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기, 한글로 쓰면 애매한 것은 걍 영어(원문)으로 쓰기 등등이 있겠다. 이게 중요한 것은 네 의사를 가장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이 이미 맺어져 있기 때문이다.



내용이 중요하지, 격식이 중요하냐, 이 자식 꼰대네 할 수 있지만. 창의성과 자유도는 최소한의 선을 시키는 선에서 이뤄져야 즉각적 반응을 만들어 낸다. 그 선을 넘어선다면 그 창의성과 자유도가 만나야 할 것은 wow가 아니라, 몰이해이다.



사회 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 포맷을 과하지 않게 또 부족하지 않게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이메일을 쓸 때, 몇 줄 안되는 것을 첨부 파일로 보내면 받는이는 필요없는 절차를 밟으며 이메일을 읽어야 한다. 본문에 붙이면 될 것을. UX적 사고가 필요하다. 내가 빡친다고 Page로 만들어진 문서를 윈도우 사용자한테 보내봤자 다시 pdf 변환해달란 요청을 받을 뿐이다. 본인의 텍스트적 의사 전달은 수신자의 최대 편의에 맞추는 것이 좋다.



아! 하면 어!가 있어야 하는 것도 일종의 포맷이다. 비지니스는 기본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라고 생각한다. 주커버그만큼 뛰어난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을 바꾸거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들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원활한 상호 관계 안에서 내줄 것을 내주며 내 것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답변을 타이밍 좋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어에서도 accordingly, promptly 등 단어가 비지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더냐. 타이밍 좋은 NO는 타이밍 나쁜 YES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 네가 일하는 상대방이 AI라면 상대방의 기분에 괘념치 않고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직은 아쉽게도 휴먼하고 일하는 시기 아니겠니.



격식이라 거하게 말하고 포맷이란 말을 했으나, 사실 내가 말하려는 업무와 커뮤니케이션의 포맷은 에티켓이다. 매너지. 매너 메이크th 맨.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사업가가 되려면 요런 것을 지키는 것이 기본 자양분이 된 후에 창의력과 전략적 쩔음을 보여주는 것이 내 생각에는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서툰부분이나, 그러려고 노력은 해보고 있다.



이런거 안하려면 그냥 이력서 써서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 이거 배우고 와라. 아직 늦지 않았다. 난 스타트업이던 개인 사업이던 바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완전 주니어 시절에는 규모있는 곳에서 2~3년 정도 일 배우고 나오라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업무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업무가 진행되는 플로우와 일적으로, 공적으로 이뤄지는 “포맷”에 대해 배우며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에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에 한한다. 성향적으로 적극적인 사람은 이런거 몰라도 알아서 잘 하더라.



아무튼, 인생의 목표가 성공한 대표이자 부자인 네가, 이런 부분을 계속 외면한다면, 어마어마한 운이 작용하지 않는 이상, 지금보다 더 위로 올라가기에는 조금은 제약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어리니까 친구들하고 별 차이 안나지만, 그리고 대표 타이틀이 주는 멋짐이 있겠지만,(이제 갓 시작한 회사의 대표는 재무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너도 알지 않니. 의미가 없다) 디테일에서 발현하는 차이는 점점 커지곤 하더라.



오늘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기를 바라며, 건승을 빈다.



**



다시 읽어보니 화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그 시점이라면, 같은 이야기를 할껍니다. 그리고 6년전의 이 글에 비추어 보았을 때에 저는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반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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