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에 $20인 RMIT English Class(Basic 코스)는 가격이 저렴하여 많은 학생들이 모인다.
하지만 수업을 청강했던 학생들은 교사들의 서툰 수업방식과 각자 30분이라는 시간제한 때문에 급하게 마무리 짓는 모습을 보고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고 수업을 떠났다.
"무슨 교사가 저래? 아니 왜 저렇게 수업을 해?"
말을 더듬는 교사, 어리바리한 교사, 너무 늙은 교사, 발음이 좋지 못한 인도인까지.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어느새 욕하는 클래스 메이트들과 동기화가 된 나는 수업이 끝나면 함께 불평을 해대었다. 잘 못 가르치고, 프로답지 못한 모습에 그들을 엉망이라고.
그날은 말을 더듬는 교사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가뜩이나 영어가 어려운데 말까지 더듬는 선생님을 만나 짜증이 났다. 그녀는 30대 중반의 호주 여성으로 파마머리를 질끈 묶고 빨간색 뿔테 안경을 썼다. 제일 마지막 타임을 맡은 그녀의 수업을 집중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어서 이 시간이 끝나길 바라는 표정들뿐이었다.
모든 학생들은 베이직 코스를 5주 듣고, 시험을 통해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 최종 레벨에서의 시험은 아이엘츠다. 여기서 영어 수업을 들으며 아이엘츠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사실상 아이엘츠 시험이 메인인 것이다. 베이직 수업은 기간만 잘 채우고, 마지막에 아이엘츠 5점만 넘기면 그만이었다.
(호주에서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아이엘츠 시험을 보아야 한다. RMIT대학은 5.5점 이상/9점 만점)
수업이 예정대로 30분 후에 끝이 났다. 클래스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가방을 챙겨서 빠르게 교실을 떠났다. 급할 게 없던 나는 주섬 주섬 가방을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 오늘 수.. 수업 어땠... 어요? 괜... 괜찮았.... 나요..??"
그녀는 여전히 더듬거리는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집중이 조금 덜 되었다고 해야 하나? 괜찮았다고 해야 하나..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결국 하얀 거짓말을 택했다.
"네, 괜찮았어요. "
그러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다... 다행이네요. 제가 말을 더듬어서 교사가 되는 게 무서웠는데, 여기서 연습을 하면서 극.. 극복해 보려고 도.. 도전한 거거든요."
아.. 그랬구나... 그녀에겐 힘겨운 도전이었던 거구나.. 영어를 배워 멜버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갈려는 나도 현재 도전중이었는데 왠지 모를 미안함이 올라왔다.
"그러셨군요. 대단하세요. 수업 좋았어요. 다음 수업도 기대할게요. 도로시 선생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난 완전히 잘못 생각했었다.
우리는 영어를 처음시작하며 배우는 학생들이었고, 그들은 교사가 되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불안전한 사람들이 모여 완전해지기 위하여 우리 모두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을 더듬던 그 교사는 말을 더듬는다는 핸디캡을 버리고 '교사'라는 꿈이 있어 그 자리에 선 것이고,
나이가 지긋했던 그 할머니도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발음이 너무 센 인도인 교사도 아이들에게 영어라는 또 다른 문화를 알려주기 위해서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