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브루잉 - Concierto (Jim Hall)
Concierto (Jim Hall, CTI)
재즈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악기인 피아노와 트럼펫, 색소폰 등에 비해 기타는 솔직히 메인을 차지하는 악기가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주자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이며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기타리스트가 나오곤 한다. 대략 장고 라인하르트, 웨스 몽고메리, 찰리 크리스천, 조 패스, 케니 버렐, 조지 벤슨 리 릿나워, 존 피자렐리, 짐 홀, 존 스코필드, 팻 메스니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재즈 기타리스트는 그중에서도 쿨 재즈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 짐 홀(Jim Hall)이다.
미국 클리블랜드의 음악 가정에서 태어난 짐 홀은 10세 때 처음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고 십 대를 지나며 이미 전문적인 소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1955년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피아노와 베이스, 음악이론 등을 공부했다. 특히 1955년~ 1956년에 수학한 클래식 기타는 향후 그의 클래식적인 기법이 녹아든 By Arrangement (1998, Telarc)와 같은 몇몇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격적인 재즈 기타리스트로서의 경력은 1955년 치코 해밀턴 퀸텟의 오리지널 멤버로 활동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1957년 레이블 퍼시픽에서 첫 음반을 녹음했고, 1960년에 엘라 피츠제럴드와 함께 유럽과 남미 투어를 한다. 이때의 경험은 나중에 그의 보사노바 연주 경력에 영향을 미친다. 이후 벤 웹스터, 주트 심스, 폴 데스몬드, 리 코니츠, 빌 에반스 등 주로 쿨재즈 대가들과 교류하며 명성을 얻었고 재즈 기타의 레전드가 되었다.
수많은 짐 홀의 앨범 중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코 Concierto(CTI, 1975)이다. 이 앨범이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리더 짐 홀 외에 사이드맨들의 무게감도 한몫한다. 트럼펫에 쳇 베이커, 알토 색소폰에 폴 데스몬드, 베이스에 론 카터, 드럼의 스티브 갯, 피아노에 롤랜드 한나다.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위대한 연주자들이기 때문이다.
타이틀 Concierto는 클래식에서 협주곡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용어다. 앨범의 타이틀로 Concierto를 사용한 이유는 앨범의 수록곡에 위대한 클래식 기타 협주곡인 스페인의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Concierto de Aranjuez)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발매 당시 LP에는 B면 전체에 러닝타임 19분 14초의 아랑훼즈 협주곡이 수록되었다. 그만큼 이 앨범에서 아랑훼즈 협주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트랙을 열면 곧바로 그 유명한 그 유명한 주제 선율이 흘러나온다. 재즈로 연주하는 클래식의 또 다른 아름다움에 눈을 지그시 감고 들을 수밖에 없다. 19분 14초라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짐 홀을 포함한 6명의 멤버 누구 하나 튀지 않는 절제미 가득한 연주는 우리에게 쿨재즈 역사상 최고의 인터플레이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 아랑훼즈 협주곡은 한여름에 들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지만 겨울에 듣는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특별하게 신선한 맛을 준다기보다는 쿨재즈가 지향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준다. 여기에 블루노트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루디 반 겔더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만큼 사운드 역시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