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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Nov 02. 2020

20살, 내가 대학이 아닌 세계여행을 선택한 이유(3)

쉬지 않고 달려온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그렇게 나는 호주 워홀 초기 비용을 위한 돈을 모으고 있던 와중 감사하게도 부모님께서 나의 꿈을 응원해주시기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호주에 가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하우스키퍼, 청소, 레스토랑 일 등등이 있었다. 매장 알바와 택배 알바를 해본 내가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때 즈음 아빠의 권유로 워홀 박람회를 다녀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고 부모님도 마음에 들어하셨다. 나도 무언가 아무 기술도 없는 채로 무작정 가는 것보다 기술을 배우고 일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상담을 하다 보니 점점 내용이 산으로 갔다. 처음의 호주 워홀에 재한 얘기는 어디 가고 어학연수, 대학까지 연결이 되는 것이었다. 나도 순간 혹했고 솔직히 결정을 내린 후였지만 여전히 문득 세계여행이라는 꿈과 약간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흔들렸다. 부모님 또한 아무래도 일을 하는 것보다 공부를 하러 가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생각하셨는지 그쪽으로도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갈팡질팡 하고 있을 무렵,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호주에 다녀와보라고 하셨다. 엄마의 친한 대학 후배가 호주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으니 그곳에서 한 달 지내보면서 적응도 해보고 여행도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너무 감사한 기회였지만 나는 그곳에서 여행을 하는데 돈을 쓰면 다시 초기 비용을 위한 돈을 모아야 해서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때는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컸고 이것저것 결정해야 할 것들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한번 갔다 와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나는 한 달 동안 호주에서 지내보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함께 일하던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는 호주로 한 달 동안 떠날 준비를 했다. 알바를 하며 짬짬이 따놓았던 운전면허증으로 국제 면허증도 발급받고 일 년보다는 짧기에 간단히 짐을 챙겨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때의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했지만 과도한 불안과 걱정으로 정말 생각이 많았던 상태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용감해 보이는 선택일 수도 있지만 속으로는 정말 많이 떨었던 시기였다.


그리고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비행기가 착륙하던 순간, 눈물이 참 많이 흘렀다.

모든 게 꿈만 같고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던 갓들이 차츰차츰 현실이 되어가고 실체가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큰 울림을 가지고 호주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선 한 중국인 이모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러시아로 이민 가신 (구) 중국인이신데 어렸을 때 중국에 살았던 적이 있어 중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 딱히 말을 걸려고 했던 건 아닌데 비행기에서 작성해야 하는 것들을 도와드리다 보니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중국 상해에 살다가 러시아로 이민을 가셨고 지금은 매년 호주와 중국, 러시아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살고 계신다고 했다. 참 자유롭게 느껴졌다. 나도 그런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호주에 도착해서는 한 달을 시드니에서 지내고 멜버른도 여행하고 왔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때는 정말 여행을 할 줄 몰랐다. 쉴 줄도 모르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 가보는 해외여행이었고 1년간의 워홀 생활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한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호주에서 한 달간 여행하고 돌아온 나는 한국에 돌아온 뒤 차근차근 워홀 생활을 준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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