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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Nov 02. 2020

4박 5일의 담양 여행(1)

자연과 함께 나를 돌아봤던 시간 그리고 알게 된 여행의 진짜 의미

3개월 넘게 받던 교육을 종료하고 뭘 할까 계속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나를 다독이며 했던 선택이지만 문득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떠올랐다.

무려 1년 동안 세계여행을 가겠다고 호주에서 열심히 돈을 모았던 나는 결국 여행 한번 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냥 열심히도 아니었다. 어떤 때는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일하면서 여행을 가기 위한 돈을 모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돈을 아끼고 또 모았다. 그러던 생각이 끝날 때쯤에 잠시 흔들린 것도 있지만 어쨌든 한국에 돌아올 즈음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정말 많이 퍼지고 있어서 여행을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무려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문득 다시 나의 원래 꿈이 떠올랐다. 아 여행 가고 싶다.

교육을 받으면서 했던 것 중에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는 과제가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10분 만에 결정했던 게 여행지 소개 사이트였다. 나는 몰랐지만 내 안에서는 계속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주제를 결정하고 자료조사에 돌입했다. 구글에 국내 여행지 추천을 쳤을 때 가장 내 눈에 들어왔던 곳이 바로 담양의 죽녹원이었다. 그렇게 홀린 듯이 죽녹원 사진들을 보며 사이트에 정리했다. 그 무렵 즈음 자연 속을 여행하고 싶었던 나는 그 외에도 제주도의 여러 자연경관들도 정리했었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각인되었던 건 죽녹원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교육을 중간에 그만 둘 생각도 없었고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과제를 제출하고 끝난 줄만 알았다. 그때는 내가 교육을 그만두고 여행을 갈 거라 생각도 안 하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내 머릿속에는 국내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조심하며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죽녹원을 보러 담양 여행을 계획했고 숙소와 담양의 다른 여행지들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예전에 여행을 갈 때는 설레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항상 불안함과 걱정이 컸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있었고 큰돈은 벌벌 떨면서 잘 쓰지도 못했다. 그렇게 호주에서 여행할 때 돈이 아까워 못 해본 스쿠버다이빙과 울룰루 여행이 지금도 참 아쉽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돈을 아끼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오자고 생각했다. 


죽녹원 이외에도 다른 여행할 곳을 찾아보니 담양에서 경비행기 체험비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예전부터 경비행기를 타보고 싶었다. 한 때 조종사를 꿈꿀 정도로 비행기를 참 좋아한다. 여객기는 많이 타봤지만 경비행기는 타본 적이 없었고 마침 경비행기 자격증에 관심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돈이 아까워 아마 안 했겠지만 이번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비행 예약을 했다. 


예전에는 숙소를 알아보고 여행 계획을 하는 준비 과정들이 즐겁지가 않았다. 즐거우려고 가는 여행인데 오히려 가서 무슨 일이 생길까 계획대로 안될까 걱정부터 했었다. 나는 정말 걱정과 불안이 많았어서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내가 타고 가는 비행기가 추락하지는 않을지, 내가 예약한 숙소가 잘못된 건 아닌지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걱정도 참 많이 했다. 그런데 이번에 준비하는 여행은 그렇지가 않았다.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서 인지 예전보다 설레고 즐거웠다. 여행이 기대가 되었다.


한 가지 했던 걱정은 내가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다른 채식을 하시는 분들은 여행을 하실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담양에 채식 식당이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역시 거의 없었다. 하지만 관광지 근처에 유명한 채식 뷔페가 딱 하나 있었다. 무려 계란, 유제품, 액젓도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제품으로만 운영하는 완전한 비건 식당이었다.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여행지에 추가했다. 바로 옆에는 소쇄원이 있어서 밥을 먹고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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