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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Feb 15. 2021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틀을 벗어난다는 것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도 벌써 3달이 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안 올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 3개월 동안 나는 또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봤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음악도 배워봤다. 잠깐 이쪽으로 대학을 준비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잠시 다시 예전처럼 공부도 하고 일도 하면서 지내다 보니 

나의 잊었던 꿈이 또 떠올랐다.


세계여행이었다.

여행을 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 년 동안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이곳저곳 쓰다 보니 어느새 천만 원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더 이상 아무렇게나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원래의 목표였던 여행에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원래 여행을 가기 위해 모았던 돈이었기 때문에 여행에 돈을 쓰는 것이 원래 목적에도 부합하고 가장 나의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세계여행에 포함이 되지 않은가.

누군가는 국내여행이 식상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부끄럽지만 나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디를 가도 똑같은 한국이고 똑같은 한국어를 쓰고 똑같은 한국인들뿐이라고 생각했다.

오만했던 것 같다.


지금도 많은 곳을 가본 것이 아니기에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곳일지라도 나에게는 모든 게 처음일 것이다.

타인의 경험은 나에게 간접 경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호주에 다녀오고 나서 내가 깨달은 건 모든 건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직접 부딪혀서 안 경험이야 말로 정말 나의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래서 나는 남은 돈을 모두 국내여행에 쓰기로 했다.


용기가 났을 때 제주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항상 말로만 가야지라고 하고 나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지던 제주도였다.

무작정 비행기표를 끊었고 아무런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떠났다.

원래도 꼼꼼하게 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바로 전날에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숙소를 예약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많은 기적을 만났고 익숙함에 잊고 지냈던 것들에 감사함을 다시 느꼈다.


국내여행은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기보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알게 해주는 것 같다.

비틀거리는 돌다리 위에서 모든 것이 기적처럼 물 흐르듯이 흘러갈 때 그때의 감동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항상 여운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제 정말로 국내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어떻게 할지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각 도시에서 원하는 만큼 살아보고 싶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더 있고 싶으면 머무르고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바람처럼 살고 싶다.

자유롭게 흐르는 물처럼 아무 걱정 없이 부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사실 지금도 거의 그렇게 살고 있다.

예전의 삶에 비하면 지금의 삶은 꿈만 같다. 

거의 기적이 일어난 것만 같다.


어쩌면 내가 이 삶에서 원했던 건 오직 자유였을 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괴로울 때는 자유롭지 못했을 때였으니까.

지금은 내가 언제 괴로운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예전보다 조금은 알기에 삶이 나아졌다.

예전보다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것만 같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예전에는 참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기 보단 나를 질책했던 것 같다.

싫으면 싫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왜 싫어해야만 하는지 받아들이질 못하고 나를 탓하고 나를 깎아내리고 나에게 참 못되게 굴었던 것 같다.

참 소중한 나인데 왜 그렇게 대했는지를 모르겠다.


요즘도 나에게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핸드폰 알림 창에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적어놓았다.

매일 핸드폰을 볼 때마다 그 문구를 보지만 그때마다 매번 새롭다.

아 나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혹여나 등을 돌리더라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라고 깨닫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당연한 만큼 쉽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요즘은 내가 가진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내가 가진 어떤 정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나눌 만큼 잘하는지 항상 자신이 없다. 또 이면에서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며 나에게 묻곤 하지만 무엇이든 특출 나게 잘한다기 보단 평균치만큼 하기에 그런 것도 같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들었다. 잘 쓴다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나의 감정이 오롯이 글에 드러나고 읽는 사람들이 나의 진심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쓸 때는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도 들고 행복하다.

한창 우울할 때는 글을 쓰다 보면 더 우울감에 빠졌던 적도 있지만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 다행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은 항상 도전의 연속이었다.

무엇이든 쉽게 질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했다. 그만큼 많이 부딪혔고 많이 울고 고생했지만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익숙해지면 금방 질린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어떤 것이든 빨리 배우는 편이라 어느 정도 하고 나면 금방 질려버렸다. 특출 나게 잘하려면 끈기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한데 나는 그런 끈기는 없었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중간 정도만 한다.

주변에서는 이런 내가 아깝다고 한다. 조금만 더하면 잘할 텐데 왜 그만두냐고.

그런데 하기 싫은 걸 어떡하나.

세상에는 이것 말고도 새로운 게 많다. 언어만 해도 대체 몇 개나 되고 나라만 해도 몇 개나 되는지.

그중에 한 나라에만 살고 그중에 한 언어만 할 줄 아는 게 더 지루하지 않나 싶다.

인생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나중에 죽을 때 후회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 것 같다.

그동안의 나의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도전'이다.

새로운 나라에 사는 것을 도전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고 

이런저런 다양한 일도 해보고 살았다.

익숙한 환경에서 하던 일을 하며 주어진 틀대로 살면 참 편했을 텐데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왜 나는 맨날 금방 질리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켜서 굳이 나를 피곤하게 하는지 이런 나를 원망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도 그냥 나이다.

그냥 타고나길 이런 성격으로 태어난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내가 행복하면 된 거니까.


얼마 전 유튜브에서 한 동영상을 봤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있는데 문득 그분도 분명 힘든 일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지금의 그분이 된 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그분이 우울을 극복한 방법에 대한 영상을 봤다.

그 영상에서 인상이 깊었던 말 중에 하나가

나를 정의 내리지 않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나를 어떠한 틀 안에 가두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나이다. 나는 본디 자유로운 존재이다.

어떠한 직업도 나를 대신하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앞으로의 내 삶에서 나를 어떠한 직업으로 소개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의 나만 해도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나는 브런치에 글도 쓰고,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서 올리기도 하고, 나에 대한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또 카페에서 알바도 하고 가끔 프리랜서 일도 한다. 

그 어떤 직업도 나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리지 못한다.


그동안의 나는 이 것을 모른 채 나를 끊임없이 어떠한 틀 안에 집어넣으려고 했던 것 같다.

나름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어떠한 명패를 내 이름 앞에 놓으려고 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괴로웠다.

사실 나는 나일뿐인데 어떠한 불안감에 계속해서 나를 정의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앞으로의 내 삶은 그저 나로서 살아가는 삶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 같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내가 오로지 나로서 살아갈 때 그토록 바라왔던 행복이 내 곁에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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