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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란 Nov 02. 2020

나는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

존재하지 않던 결핍을 채우려고 하던 날들

아주 오랫동안 

나를 혹사시켜 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매 시 매 분 매 초도 허투루 보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이만큼 달리고 있는데 나는 출발선마저 늦었기 때문에 더 더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것이 죄스러웠다.

매 순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생산성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옥죄어 왔다.


매일 뇌는 과부하가 걸리고, 수많은 생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온갖 우울증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시달렸다.

어쩌면 나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겼던 걸 수도 있다.

아 나는 지금 힘드니까 그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 거구나 잘하고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부족한 존재이고, 내 안의 결핍들을 채워나가야만 나는 의미가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거라고 믿었다.

누가 알았을까 그게 아니었음을


나를 다시 사랑하는데, 내가 너무나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내 육체의 한계를 아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든 걸 다 잘할 줄 아는 나, 모든 걸 열심히 하는 '나'는 사실 내가 아니었다.

내가 나의 몸을 갈아가면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내 몸이 견딜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정말 매일매일 과부하에 걸려서 살고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않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걸 내려놓고 쉬고 있다.

달려오던 삶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언제나처럼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건 참 쉽지 않다. 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아무것도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나를 온전히 돌보기 위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이번의 쉼이 또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또다시 새로운 길을 걸어가 보려고 한다.

도전하는 삶은 언제나 의미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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